불 꺼지지 않는 대치동…‘학원 공부 10시까지’ 엄포 비웃는 변칙 사교육 [세상&플러스]

교육당국, 심야교습 제한 강조하지만
학원가에선 스터디카페 등 ‘사각지대’
학생과 학부모 한입으로 유명무실 지적


22일 오후 10시 서울 대치동 학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학생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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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정주원 기자] “학원에서 원래 밤 11시 전후까지 수업했어요. 교육청 단속이 심해지니 당분간은 10시에 귀가 시킨다고 해서 스터디카페에서 자습합니다.”

헤럴드경제가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학원가를 둘러보니 교육 당국의 심야 교습 단속 강화에도 ‘밤공부’는 학원 밖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밤 9시50분께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 일대에는 교복 차림 학생들이 무거운 책가방과 캐리어를 끌고 오갔다. 편의점 앞에서는 빵과 햄버거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도로에는 학생들을 기다리는 차량이 늘었고 스터디카페는 학원에서 건너온 학생들이 몰리며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정규 수업은 멈췄지만 자습과 오답 정리 기출문제 풀이, 질의응답, 시험 직전 보강 등은 학원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각 지방자치단레 조례를 종합해 정리한 전국 지역별 학원 교습 제한시간. [제미나이로 제작]


지역별 허용 기준 다른 ‘심야 교습 제한’…입시업계 “의미 없다”


학원 심야 교습 제한은 오래된 제도다. 서울은 1999년 9월경 학원 교습시간을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2005년 법원에서 상위법 위임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지만, 2006년 학원법 개정으로 시도 조례를 통한 제한 근거가 마련됐다. 2008년 서울 조례 정비를 거쳐 현재와 같은 체계가 자리 잡았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학생 건강권 보호, 학교 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 등을 이유로 심야 교습 제한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다만 지역별 허용 기준은 학년별로 다르다. 서울·경기·대구·광주는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다. 세종은 초등학생 오후 9시, 중·고등학생 오후 10시까지다. 인천은 초등학생 오후 9시, 중학생 오후 10시, 고등학생 오후 11시까지 허용한다. 부산은 고등학생에 한해 오후 11시까지 가능하다. 대전·강원·충북·충남·경북·경남·제주 등은 초·중·고별로 시간을 달리 두되 고등학생은 자정까지 허용하고 있다.

심야교습을 제한하는 당국이 주기적으로 단속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규 수업은 밤 10시에 끝내더라도 암막 커튼을 치고 수업하거나 스터디카페에서 나머지 공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학원 업계에서는 ‘학원 심야 교습 제한 조례는 유명무실하다’는 의견이 파다하다.

단속은 소규모 학원에 집중되고, 스터디카페 같은 학습 공간은 상대적으로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환견에서 ‘교육당국도 반짝 이러다 말 것’이라는 시각도 엿보인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사실상 학원 수업은 단속을 피해 12시까지 이어지는 곳이 많다”며 “최근 정부와 교육청이 단속을 나온다고 해서 10시에 칼같이 문을 닫고 있을 뿐, 잠잠해지면 곧 다시 서울에서도 12시 수업은 전처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오후 밤 10시30분경 대치동 학원가 인근 스터디카페가 학생들로 가득한 모습. 정주원 기자


스터디카페·자습실 등 비등록 공간은 ‘단속 사각지대’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휘문고 1학년 학부모 A씨는 “최근 신고와 단속이 심해졌다는 학원 설명이 많아지면서 10시면 문을 닫는 곳이 늘었다”면서도 “대신 수업 중 다 못한 질문이나 보충은 조교나 강사와 따로 이어지고 아이들은 스터디카페로 가서 주중에는 새벽 1시, 주말에는 1~2시까지 공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치동 일대 고교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개포고 2학년 학생 B군은 “시험 기간에는 정규수업보다 자습형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친구들 대부분은 학원 수업이 끝난 뒤 스터디카페로 간다. 보통 밤 10시부터 12시 30분~1시까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정규수업 대신 직전 보강이나 클리닉 형태의 운영이 늘어나면서 겉으로는 규정을 맞추더라도 실제 학습 시간은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해숙 교육부 고등평생정책실장(앞쪽)과 김태훈 대구광역시교육청 부교육감이 16일 밤 대구 수성구 일대에서 야간 학원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민원 없인 불법 사교육 단속 불가…단속하다 고소 당하는 일 부지기수”


강제성 없는 심야교습 단속은 한계가 있다. 교육 당국도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김옥순 서울시교육청 학원정책담당 팀장은 “학원법상 교습은 인가된 학원·교습소 등에서만 가능해 스터디카페 등 별도 공간에서 사실상 교습이 이뤄질 경우 무등록 교습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데 민원이 접수돼야 현장 확인에 나설 수 있고 그마저도 단속 시점에 교습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야 적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밀번호가 걸린 공간의 경우 내부 정황을 바로 확인하기 어렵고 사전에 정리한 뒤 문을 열어주는 경우도 있어 현장 적발이 쉽지 않다”며 “무턱대고 단속을 나왔다고 현장에 들어가면 고소장이 날아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원정책을 담당하는 교육청 직원 다수가 학원 또는 스터디카페를 단속하다가 고소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단속 실효성을 높이려면 학원 내 정규수업뿐 아니라 스터디카페 연계 운영, 비등록 공간에서의 사실상 교습, 시험 기간 ‘우회형’ 보강까지 함께 점검하는 방식으로 관리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심야 교습과 더불어 학원비 편법 인상 등 학원 불법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9일 발표한 학원 교습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전국 학원·교습소 1만5925곳 점검 결과 2394건의 위반이 적발됐다.

고발·수사의뢰, 등록말소, 교습정지, 과태료 부과 등 처분은 3212건 이뤄졌다. 서울시교육청도 2~4월 학원·교습소 730곳을 특별점검해 167곳, 228건의 위반을 적발했다. 아울러 교육 당국은 불법 학원시장을 단속하면서 교습비 초과징수와 교습 시간 위반 신고포상금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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