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공약 어디로” 침묵하는 인천시… 12차 전력수급계획 앞두고 ‘직무유기’

인천환경운동연합, 성명서 발표… “인천시, 입장 밝혀라”
영흥화력 조기폐쇄 공약 후퇴… 수소·암모니아 전환은 ‘신기루’
노후 가스발전소 수명 연장 방치하며 ‘에너지 정의’ 외면

인천광역시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전력 수급의 핵심 지표가 될 정부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발표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발전시설 밀집 지역인 인천광역시의 행보가 실망을 넘어 우려를 낳고 있다.

시민의 건강권과 지역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희망 고문’식의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조기폐쇄’ 호언장담하더니… 슬그머니 발 빼

인천환경운동연합은 3일 ‘인천시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입장을 밝혀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내용에 따르면 민선 8기 인천시는 출범 당시 영흥화력 1·2호기 조기 폐쇄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제10차, 11차 전기본에서 인천시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더 큰 문제는 인천시의 ‘자기부정’이다. 2024년 9월 시는 공약 변경을 통해 ‘조기 폐쇄’라는 단어를 지우고 암모니아 혼소·수소 전소 등 이른바 무탄소 전원 전환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청정수소발전시장 입찰 취소와 석탄·암모니아 혼소 기술 개발 사업 중단 등 대외적 환경이 급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기술적 구호 뒤에 숨어 폐쇄 일정을 미루고 있다.

인천 온실가스 40%가 영흥화력… ‘미래에너지파크’는 시간 끌기용인가

영흥화력은 인천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환경개선공사로 1·2호기가 멈춘 상태에서도 3~6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는 연간 약 1800만t에 달한다. 이는 인천시 전체 배출량의 약 38.6%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인천시는 2025년 7월 ‘영흥 미래에너지파크’ 용역을 발주하며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는 없다. 용역 결과가 차기 시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는 결국 현 세대의 책임을 다음 행정으로 떠넘기려는 ‘시간 벌기용’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도기 전원’의 함정, 서구 노후 가스발전소는 무한 수명인가

서구 지역의 노후 가스발전소 문제 역시 심각하다. 1992년 준공돼 이미 수명이 다했어야 할 서인천 1~8호기는 전기본이 개정될 때마다 폐쇄 시점이 2023년에서 2028년으로, 다시 2038년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신인천 1~4호기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스발전을 ‘과도기 전원’이라 부르며 노후 설비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는 전환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설계 수명을 넘긴 발전소가 원칙 없이 가동을 연장하는 사이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과 안전 문제라는 독배를 마시고 있다.

중앙정부 뒤에 숨지 말고 ‘인천의 로드맵’을 내놓아라

전력수급계획은 국가가 수립하지만, 이로 인한 환경 피해와 사회적 갈등의 비용은 오롯이 인천시민의 몫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제12차 전기본 수립을 앞둔 현재 인천시는 ▷영흥 석탄발전의 확실한 폐쇄 원칙 ▷노후 가스발전소의 단계적 철수 및 전환 방향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구체적인 대체 전원 확보 방안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모호한 기술 전환 구호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인천시는 언제, 어떤 발전소를 멈추고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로드맵을 시민 앞에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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