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대출 구조 전면개혁 주문에
금융위, 간부회의서 관련논의 진행키로
신용평가체계 개편TF 논의 속도 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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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권의 신용대출 관행을 집중적으로 지적하자 금융당국이 즉각 신용평가체계 개편 작업 채비에 나섰다. 특히 중·저신용자가 금융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짚어 포용금융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김 실장의 신용대출 시스템 지적에 따른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올해 초 발촉해 운영 중인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논의에 속도를 높이는 방향이 유력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권 여신 담당자나 신용평가사 대상의 관련 회의 소집 등도 뒤따를 전망이다. 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차원에서 강력한 해법 모색을 요청했으니 당국에서도 관련 논의를 신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 1일부터 사흘간 페이스북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통해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며 한국 금융의 대출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용등급을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규정하고는 “지금 한국 금융은 거대한 성채와 같다. 성안에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에는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구조의 문제 해결이 “잔인한 금융의 시대를 넘어 연결된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역설했다.
김 실장의 이번 지적은 현행 금융제도를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라고 규정한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이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신용평가체계 개편을 포함한 금융개혁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체감할 만한 구조적 변화가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부터 ‘잔인한 금융’의 폐해를 역설해 온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도 “사채 이자율이 1만%가 넘고 그런 것도 주로 젊은 청년들이 많이 당한다. 결국은 제도 금융에서 이걸 충분히 커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며 금융 구조의 문제를 재차 꼬집은 바 있다.
이에 신용평가체계 개편 TF는 개인신용평가체계 개선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고도화,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등을 핵심 축으로 시스템 전면 손질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최근 금리 단층 문제 해결을 위해 발표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 등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실제 금융위는 현행 신용평가체계의 변별력과 신뢰성 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노년층이나 청년, 주부, 외국인 등 이른바 씬파일러(thin-filers)의 신용을 평가할 대안체계가 부족해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들 씬파일러의 신용점수는 2024년 말 기준 평균 710점 수준이다.
청와대와 당국 압박에 금융권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은 신용평가 고도화나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등에는 공감하지만 중·저신용자 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등의 조치는 여신 안정성, 건전성 차원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현행 신용평가체계는 차주의 상환 능력에 기반하는데 자칫 그간의 시스템을 뒤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건전성에도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금리에는 나중에 돈이 떼일 위험이 반영돼 있는 것이고 은행은 그에 따라 충당금을 쌓는다”며 “선진국의 모든 금리 체계가 그렇게 돼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뿐 아니라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임원은 “결국 중·저신용자가 높은 금리를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라며 “포용금융 사업에 더해 개인 차주의 신용평가를 어떻게 더 정교하게 할지를 고민하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인터넷은행 업계는 중·저신용자의 연체 리스크를 충당금으로 선제적으로 방어하며 공급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험로’를 개척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에게 30% 이상의 대출을 공급하고도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사업성을 분명히 확인시켜켜줬다”며 “이제 중·저신용자 포용은 인터넷은행만의 숙제가 아니라 시중은행을 포함한 모든 1금융권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희·서상혁·정호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