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사라졌다”…사모대출 환상 붕괴, 부실 리스크 ‘경고등’

밀컨서 사모대출 ‘부실 폭탄’ 우려 쏟아져
‘황금알 거위’의 반격?…국내 영향은 제한적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그는 사모대출 시장 부실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한 마리가 보이면 어딘가에 더 많을 것”이라며 대규모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AFP]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사모대출 시장의 문제는 그동안 자산가치 하락 위험을 거의 ‘0’으로 평가해왔다는 것입니다. 이제서야 시장은 높은 손실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모대출의 ‘유니콘 같은 환상’이 사라지고 투자자들에게 더 현실적인 내용을 제공하게 된 겁니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 레이먼드 제임스의 글로벌 사모자본 자문 책임자 수나이나 시나 핼디아)

최근 5년 사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으며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던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 균열이 가고 있다. 연이은 기업 부실 사례와 지정학적 리스크,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의 대두가 맞물리며 시장 전반의 구조적 재편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금융계 인사들이 모인 ‘밀컨연구소 글로벌 컨퍼런스 2026’에선 약 1조8000억달러(약 2638조원) 규모의 사모대출 시장을 향한 냉혹한 진단이 쏟아졌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사모대출 펀드가 공모 시장의 대안으로서 ‘저변동성·고수익’ 자산임을 자처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모대출 시장의 위기가 여러 경로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직접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연쇄적인 붕괴다.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와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드 그룹’ 등 사모대출 펀드의 자금줄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시장에서는 미처 드러나지 않은 부실 채권이 더 많을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됐다.

이는 앞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사모대출 시장 부실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한 마리가 보이면 어딘가에 더 많을 것”이라며 대규모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던 맥락과도 궤를 같이한다.

빌려준 돈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깎아내는 ‘마크다운’(Markdown)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엄격한 기준을 가진 공모 시장과 달리 그동안 사모대출 펀드 운용사들은 자산을 원가에 가깝게 평가하며 ‘낮은 변동성’을 홍보해왔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소프트웨어 기업 ‘메달리아’(Medallia)의 대출금 장부 가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이를 두고 더 이상 손실을 감추기 힘든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중동사태로 인한 글로벌 정세 불안과 에너지 공급망 위기,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비즈니스 모델의 위협 등도 맞물리며 사모대출 펀드의 건전성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 역시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국내 시장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자산의 구성이다. 과거 금융위기는 부동산이라는 특정 자산의 가격 폭락이 기폭제가 됐지만, 사모대출은 여러 업종과 수많은 기업에 돈이 흩어져 있어 한꺼번에 무너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복잡하게 얽힌 파생상품들이 손실을 키웠던 예전과 달리, 대출 구조가 단순하고 명확하다는 점도 이번 위기가 전체 금융 시스템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사모펀드(PEF)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 역시 당분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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