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지 않으면 제재”…美·걸프, 안보리 결의 재추진

중·러 거부권 의식해 ‘군사행동’ 문구 삭제
인도주의 통로·기뢰 제거 협력 요구 담아
유엔 헌장 7장 유지…제재·강제조치 여지
美, 단독 군사행동서 외교전으로 전략 선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걸프 동맹국들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불응 시 제재를 가능하게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군사적 압박 중심에서 외교적 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다국적 해상 연합 구축도 병행하는 양상이다.

마코 루비오 장관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가 공동 작성했다.

결의안은 이란에 ▷선박 공격 및 기뢰 부설 중단 ▷통행료 징수 중지 ▷기뢰 위치 공개 및 제거 협력 ▷인도주의 통로 구축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해협 봉쇄로 비료와 구호품 등 필수 물자의 이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도적 대응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초안은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안건을 수정한 것이다. 로이터와 AP통신에 따르면 새 결의안은 중·러를 의식해 군사 행동을 명시적으로 승인하는 표현을 삭제했다. 다만 제재와 군사 조치를 포함한 강제력 행사 근거인 유엔 헌장 제7장은 유지해 실질적인 압박 수단은 남겼다.

결의안은 이란의 최근 합의 위반을 규탄하고, 통행료 부과나 항행 방해 행위를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또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내 이행 여부를 보고하도록 하고, 불이행 시 안보리가 제재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도록 했다.

미국은 오는 8일까지 초안을 회람한 뒤 다음주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거부권을 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결의안은 유엔의 역할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며 중국과 러시아에 거부권 자제를 촉구했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의 기존 대응과는 결이 다르다. 미국은 그간 안보리 승인 없이 이란을 직접 타격하고,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한국 등 동맹국에 군사 작전 참여를 요청하는 등 유엔 체제 밖에서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보리 절차를 통해 외교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란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미국은 다국적 해상 연합 구축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해양 자유 연합’(MFC) 창설을 제안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기존 연합체와 협력해 약 30개국이 참여하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해당 연합은 상황 안정 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통항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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