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늘렸는데도 버겁다”…근로감독관 ‘수사·감독 떠안기’ 여전

국회입법조사처 현장 점검…“산재 예방 위해 전문화·교육체계 보완 시급”
“형사절차 교육 부족·멘토링 형식화”…전담 교육기관 필요성도 제기


근로감독관들이 체불하고 도피한 사업주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근로감독관을 대규모로 증원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감독·수사·지도 업무를 동시에 떠안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단순 인력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적 확대 속도를 감독 전문성과 교육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근로감독관 감독현장 방문 및 근로감독관과의 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의 산업재해 감축 지시에 따라 산업안전감독관 300명을 긴급 증원하고, 직제 개편을 통해 근로감독관 700명을 추가 충원했다. 작년에만 총 1000명의 근로감독관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2026년에도 추가로 1000명을 더 증원할 계획이다. 감독 대상 사업장도 2024년 5만4000개소에서 2027년 14만개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지방노동청 신설과 수사·근로감독 전담 조직 확대,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 제정 등 감독행정 개편도 함께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력 확충 효과보다 업무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경기 수원영통도서관 신축공사 현장을 찾아 근로감독 실태를 점검하고 경기지방노동청 소속 감독관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장 감독은 신입·경력 감독관 2명이 한 조를 이뤄 건설현장을 순찰하는 ‘패트롤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입 감독관이 규정 적용 여부를 확인하면 경력 감독관이 이를 보완 지도하는 구조다.

이날 감독 현장에서는 안전망 정비와 난간 고정, 비계 설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과 현장 지도가 이뤄졌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현장이었지만 경력 근로자가 많아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조사처는 제한된 감독 인력으로 산업재해 수사와 사업장 감독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구조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독관 숫자는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사·감독·지도’를 한 사람이 모두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업장 측에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가운데 관리자 인건비 비중이 높아 안전시설 설치나 보호구 구입 등에 투입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반복적인 교육과 서류 점검은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현장 제안도 나왔다.

신규 감독관 교육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신입 감독관들은 현장형 OJT 교육이 실제 업무 적응에는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면서도 교육 과정이 제조업·건설업 중심으로 짜여 있어 다른 업종 감독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멘토-멘티 제도 역시 과도한 업무 속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과 근로기준 분야 전문성은 갖추고 있지만 형사절차 관련 경험과 지식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오영민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8·9급 신입 근로감독관들은 아직 본격적인 수사 업무에는 투입되지 않고 있다”며 “경찰학교 파견 교육 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고용노동부 내에 근로감독관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향후 지방노동감독관 제도 도입까지 고려하면 체계적인 교육훈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사처는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노동감독관의 권한과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며 “단순 인력 확충을 넘어 감독·수사·지도 기능의 합리적 분화와 직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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