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 갤러리 참여…전시로 기획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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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연 하이브 아트페어 대표. [김현경 기자]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기존의 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이 나가도 시장의 파이를 쪼개 먹는 느낌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생 국제 미술장터(아트페어) ‘하이브 아트페어(HIVE ART FAIR)’의 김정연 대표는 1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아트페어의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부스비 폐지’라는 파격적 운영 방식을 선택한 하이브 아트페어가 오는 21~24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다.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라는 주제로 열리는 첫 번째 하이브 아트페어에는 48개 갤러리가 참여해 부스를 꾸민다.
하이브 아트페어의 가장 큰 특징은 ‘부스비 폐지’ 및 ‘선택적 구매’ 방식이다.
기존 아트페어들은 갤러리들이 크기별로 부스비를 내고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임대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갤러리들은 고액의 부스비를 보전하기 위해 전시의 질보다는 판매가 용이한 작품 위주로 부스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이브 아트페어는 이러한 시장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갤러리의 핵심인 기획력을 내세우는 아트페어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스비를 없애는 대신 기존에 무료로 제공하던 초대권(티켓)을 갤러리가 직접 구매하도록 하고, 부스 위치 선택과 프로모션 라운지 유료화, 기업 파트너십 등 다각적 수익 구조를 도모한다. 갤러리와 단순한 임대 관계를 넘어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십을 지향한다.
김 대표는 “기존 아트페어는 부스비가 비싸서 자본력으로 필터링이 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기획력을 기준으로 했더니 큰 갤러리들의 옆에 자본력이 없는 갤러리들도 자리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페어에서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조합을 보게 될 것”이라며 “에디트프로젝트, 눈컨템포러리, 빈갤러리(베트남) 등 잘 모르는 갤러리들도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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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 아트페어’ 중정 갤러리 이미지. [하이브 아트페어] |
갤러리들이 오롯이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예산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은 자발적 투자로 이어졌다. 당초 우려와 달리 갤러리들의 부스 기획 예산 지출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첫 회인 만큼 예산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갤러리도 있지만, 하이브가 당초 고려했던 부스비(약 1800만원, 부가세 별도)를 상회하는 금액을 투자한 갤러리도 등장했다.
부스비를 없앤 대신 하이브 아트페어는 티켓 판매, 기업 파트너십, 프로모션 라운지 운영, 위치 선택 서비스, 세일즈 패키지 등 다각적 수익 구조를 도모하고 있다. 티켓은 4일권(4-day Pass) 10만원, 첫날권(First-day Ticket) 5만원, 1일권(One-day Ticket) 3만원이다.
김동현 하이브 아트페어 이사는 “어떻게 아트페어라는 장르 자체가 변할 수 있나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임대업을 하는 페어가 아니라 플랫폼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어가 되고자 했다. 페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 투자와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이브 아트페어에는 국내 36개, 해외 12개 등 총 48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모든 갤러리는 동일한 크기의 육각형 모듈 형태 부스를 배정받는다. 주최 측이 전체적인 동선과 전시 기획을 고려해 위치를 배치하되, 갤러리들의 지정 신청과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다.
갤러리들은 기존 아트페어의 단순한 ‘나열식 작품 설치’에서 벗어나 독립된 ‘전시’ 형식의 부스를 선보인다. 주최 측은 모든 갤러리로부터 전시 제목과 기획서를 사전 접수했고, 현장의 명판과 리플렛에도 갤러리 이름과 함께 전시 제목이 표기된다. 관람객에게 48개의 전시를 순례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개인전 13개, 2인전 7개, 3~5인 그룹전 22개, 6인 이상 그룹전 6개로 구성된다. 총 158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한 명도 중복되지 않는다.
김 이사는 “미술시장은 상업화가 덜 돼 있다고 생각했다. B2C만 강한데, B2B를 해서 더 많은 장르, 영역과 협업해 규모를 키우지 못하는가 아쉬움이 있었다”며 “갤러리의 원천 기술인 기획력을 판매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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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련 ‘Installation View’. [리앤배 제공] |
“무언가 사라지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갤러리들은 전시에서 ‘지속’에 대한 목소리를 드러냈다. 하이브 아트페어가 48개 갤러리의 전시 서문들을 인공지능(AI) 도구로 분석한 결과, 전체 갤러리 중 56%에 해당하는 27곳이 ‘지속가능성’ 관련 언어를 서문에 직접 사용했다. 또한 10개 이상이 ‘공존(coexist)’을, 9개가 ‘지속적(continuous)’을 택했다.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 온 해외 갤러리들도 같은 경향을 나타냈다. ‘지속’과 ‘공존’을 향한 목소리가 한국 미술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미술 현장의 절박한 외침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하이브 아트페어가 기획하는 특별전 ‘코어(The Core)’ 프로그램에도 반영된다. 환경과 생태계를 주제로 작업하는 김준, 박형진, 장한나 작가가 각각 독립된 부스에서 자신만의 메시지를 풀어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아트시장은 빈부차도 크고, 사라지는 갤러리도 많다. 미술 생태계의 지속이 어떻게 가능할까가 근본적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 아트페어는 아트페어라는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되, 운영체제(OS)를 바꿔 시대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할 계획이다.
하이브 아트페어는 올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천천히 목표를 향해 나아갈 방침이다.
김 대표는 “잘하면 세 번째 페어 정도에 이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1년에 한 번 하는 페어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렵고, 페어가 잘 되면 다른 부가적 수익원을 만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올해 페어의 관람객은 3만명으로 예상했다.
하이브 아트페어는 마곡 지역 최초의 아트페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강서구와 장기적인 문화예술 행사 협력을 하기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김 이사는 “해가 지나면서 갤러리들의 색깔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길 바란다”며 “미술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 커지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