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손실’ 벌써 시작됐다…정부 ‘긴급조정권’ 목소리 커져

파업 D-7…삼성, 비상관리 체제 돌입
생산라인 투입하는 웨이퍼 수량 제한
인력공백에 따른 품질 이슈 대비 감산
품질 결함 시 글로벌 공급망 전반 피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평택=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비상관리 단계에 돌입했다.

파업에 따른 인력 공백으로 품질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오는 21일로 예고된 파업 개시일을 1주일 앞두고 이날부터 생산라인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사전 조치에 착수했다.

생산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고, 단가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신 공정 위주로 제품 구성을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인력 부족으로 인해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품질 결함이 발생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날 기준 파업 참가 의사를 밝힌 인원은 4만3286명에 달한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대규모 셧다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4시간 초정밀 공정이 이어지도록 설계된 반도체 공장은 작업이 한 번 멈추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반도체 제조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가 변질·부패돼 장당 수천만원인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 개시 전에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파업에 따른 손실이 이날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 같은 사전 예비작업뿐만 아니라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공장 재가동을 위한 사후 안정화 작업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한 달 이상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대당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반도체 설비의 경우 전원을 한 번 껐다가 재가동하려면 백업 절차가 복잡해 수개월의 기간이 걸린다. 클린룸 내부 온도와 습도를 다시 맞추고, 미세 이물질로 오염된 설비는 세척한 뒤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해 즉시 재가동은 불가능하다.

결국 파업 이후 정상화까지 수십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은 4시간 정전으로 약 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2018년 평택 사업장 역시 정전 시간이 3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5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예고대로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에 걸쳐 파업을 실시할 경우 하루에 2조원 넘는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도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18일간 파업에 성공하면 백업 및 복구까지 한 달 이상 보고 있다. 손실로는 30조원 가까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23일 안민정책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원, 하루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업의 여파는 협력사에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의 경우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파업 시 고용과 지역 상권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근거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30일이 경과할 때까지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파업이 시작된 후에야 발동이 가능해 이미 발생하고 있는 손실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 특성상 파업이 시작하기 전에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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