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힘 세다고 더 갖지 않고 연대해야”…삼성 노조에 작심 경고 [삼성전자 노사 최후담판]

삼성전자 총파업 사흘 앞두고 SNS에 글 올려
노조 직접 겨냥 첫 공식 발언
“과유불급·물극필반…노동권 만큼 경영권 존중돼야”
노사 사후조정 재개…‘벼랑끝 협상’ 돌입
성과급 재원·기준 두고 최종 담판
최승호 노조위원장 “2차 사후조정, 성실히 임할 것”
결렬시 ‘100조원 손실’ 韓경제 치명타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경원·문혜현·이태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사흘 뒤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향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삼성전자 노조를 직접 겨냥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부터 재개되는 삼성전자 노사간 사후조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말하고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면서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면서 여지를 뒀다.

‘기업이익 균점권’은 제헌헌법 제18조이 영리 목적 사기업에서 근로자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익 분배에 균점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조항으로, 해당 조항은 1962년 헌법 개정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 대통령이 기업이익 균점권과 함께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의 제한과, 기업경영권을 강조한 것은 삼성전자의 파업이 파업이 국내경제와 산업계에 미칠 심각한 파장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파극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물극필반(物極必反·사물이나 상황이 극단까지 치달으면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온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재차 노사 간 대화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사후조정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최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가족’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것을 계기로 노사 모두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서 극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과급 규모에 대해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새로운 성과급 기준의 제도화에 대해선 노사 모두 강경한 입장이어서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진행되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의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회의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사후조정까지 왔다. 이번 2차 사후조정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도착한 사측 교섭위원인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피플팀장과 김형로 부사장은 아무런 말 없이 바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번 2차 조정회의를 직접 참관하는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도 “입이 없다. 이따 뵙겠다”고 한 뒤 입장했다.

노사는 지난 11∼12일 1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16일 연이어 중재에 나서고 이재용 회장도 노사 대화를 호소하면서 추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중노위 사후조정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다. 노사도 추가 사후조정의 기한을 못 박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부터 파업 예고일인 오는 21일까지는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조정마저 결렬되면 더 이상의 중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사후조정을 직접 참관하기로 한 것도 이번 조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파업을 막을 최후의 카드로 여겨져 온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노사 양측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노사가 다시 협상장에 모이게 됐지만 막판 타결이 쉽지 않다는 긴장감은 여전히 높다.

노조는 ‘연봉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특별 포상으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참여 인원은 최대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 창사 이래 2번째이자 최대 규모가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최대 100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곳곳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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