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인플레이션 탓 ‘고금리’ 위기…금리인상 공포, 중기부터 때린다 [중기+]

15일 부산 남구 부산작전기지에서 열린 청해부대 48진 왕건함 출항 환송식에서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48진은 파병 기간 아덴만 해역 일대에서 작전을 펼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 호르무즈 해협까지 작전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


중기 연체율 대기업의 8배…미국 일본 국고채 금리도 영향권
한은 고위 당국자 “금리 인상 고민할 때”…5월 금통위 신호 가능성
국고채 10년물 4.2%대 급등…회사채·은행채·기업대출 금리 압박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중동발 전쟁이 밀어올린 국제유가와 물가 불안이 다시 금리 공포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50%에 묶여 있지만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4.217%까지 올랐다. 국고채 금리는 정부의 장기 조달금리이자 회사채·은행채 등 기업 자금조달 금리의 기준선이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선 국채 금리에 가산금리 등을 보태 돈을 빌려야 하는만큼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전체 원화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42%로 3월 말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주체별로 보면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3%로 대기업 0.31%의 2배를 넘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중소기업은 0.09%포인트 올랐지만 대기업은 0.04%포인트 낮아졌다.

연체율의 경우 은행의 4월 말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0.44%로 3월 말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연체율은 0.65%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연체율은 0.08%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낮아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대기업의 8배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 통계로 보면 지난 2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2%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76%였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2%까지 올랐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1.02%,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8%였다. 금감원은 “중소법인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대내외 불안요인에 따른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입장에선 대출 금리가 4%포인트에서 5%포인트로 1%포인트 오르면 1000억원을 빌린 기업의 경우 연간 이자비용은 40억원에서 50억원으로 10억원 늘어난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제조 중소기업이나 운전자금 회전이 빠른 도소매·숙박음식업, 건설 관련 중소업체는 이자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데, 매출 정체 상태에서 원재료비와 인건비, 금융비용이 동시에 오르면 이익은 빠르게 줄고, 구조적으론 연체 위험이 커지게 된다.

해외 주요국들의 국고채 금리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5일 한때 2.7%를 넘어서며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우려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재정 확대 부담이 겹친 영향이다. 미국에서도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넘고 3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돌면서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 압력이 커졌다. 해외 주요국들의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채권시장도 이에 연동돼 국고채·은행채·회사채 금리가 함께 올라갈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의 조달비용 상승 탓에 더 높은 이자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29일 연 2.50%로 낮아진 뒤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하 시점에 쏠려 있었지만, 중동 전쟁과 고유가,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다시 물가 방어 쪽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기준금리가 실제로 오르지 않더라도 시장이 인상 가능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면 국고채와 은행채, 회사채 금리가 동시에 올라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물가 상승세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3월 상승률 2.2%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9% 뛰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은행의 4월 수출입물가지수에서도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2% 올랐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4월 105.70달러로 여전히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도 고유가의 물가 충격을 경고했다. KDI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1.6%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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