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중노위원장 직접 조정위원 나서
노동부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과 법적 절차 검토
긴급조정권 1963년 도입후 4차례 발동
‘노란봉투법’에 성과급까지 노사갈등 상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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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 삼성전자 노조는 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기본권도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노사 협상이 결렬될 경우 정부가 파업 이전 선제적으로 긴급조정권 발동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18일 열리는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에 직접 조정위원으로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노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박 위원장을 조정위원으로 요청해 박 위원장이 단독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 등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중노위 수장이 직접 막판 중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사후조정 직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적었다. 직접적으로 삼성전자 사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긴급조정권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네 차례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모두 파업 후에 발동했다. 두 번은 노사 자율 합의로 종료됐고, 나머지 두 번은 정부의 강제 중재로 마무리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전자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단 하루만 멈춰도 최대 1조원 규모의 직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노사 양측을 향해서는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이날 “정부는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에 이르지 않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 발언과 관련한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총리 발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산업부 장관으로서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과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공식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무 차원의 검토는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긴급조정권은 노동관계조정법상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파업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발동 시 최대 30일간 쟁의행위가 중지되고 강제 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1963년 도입 이후 발동 사례는 네 차례뿐으로, 사실상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 발동 시점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법 조항에 ‘위험이 현존하는 때’라는 단서가 있어 파업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반도체 생산 차질처럼 국가경제 피해가 충분히 예견되는 경우 사전 발동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원칙적으로 파업 개시 이후 발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과거 사례에서도 파업 시작 후 긴급조정권 공표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78일이 걸렸다.
노동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이 강제로 종료되므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긴급조정권 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노동계 반발도 거세 친노동 정책을 주도해 온 정부의 부담도 크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정부가 직권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양대노총도 반대 입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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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산업계 전반의 노사관계 흐름을 바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재개되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미 이달 1∼5일 전면 파업을 실시한 데 이어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로 한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갈등은 기존 정치·이념 중심 노조와 달리 조합원 실익을 극대화하는 ‘실리형 MZ 노조’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세계적 대기업의 노조 결속력은 약한 편이지만,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최대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도체·바이오 업계 호황으로 회사 영업이익이 뛰어오른 만큼 그 과실을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것이 이들 노조의 핵심 주장이다. 결국 기업 성과를 어디까지,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로, 국내 업계 전체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미 노동계에서는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2·3조) 시행으로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노조 간 충돌이 현실화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은 직접 고용 관계가 없더라도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경우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 원·하청 교섭 갈등에 대기업 성과급 분배 문제까지 겹치면서 산업계 전반의 노사 갈등이 ‘상시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 사업장에 압박 투쟁을 이어가고, 오는 7월 15일에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원청과 교섭하는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사측에 원청과 같은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도 성과급 지급을 원청 직원과 차별하지 말라며 SK하이닉스에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원청의 노사가 성과급을 나눈다고 하면 원청기업의 지배력이 있는 다른 하청기업도 배분을 요구할 수 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또 다른 갈등 가능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