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거점·연구인력 규모 유지
노조·단협 유지 조건 포함
위로금은 별도 합의
20일 조합원 총투표…최종 조인 절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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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경북 김천 유니투스 김천공장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구조개편 반대 전 조합원 총력 결의대회 모습. [금속노조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모비스 램프사업부 매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자회사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 23일 만에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생산 인력 전원 고용승계, 국내 연구개발(R&D) 거점 유지, 노조 및 단체협약 유지 등을 담은 합의안을 두고 최종 의견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20일 전국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아이에이치엘(IHL), 현대아이에이치엘 노조는 전날 밤 현대모비스 램프사업부 매각 관련 쟁점에 대해 큰 틀에서 뜻을 모았다. 현대아이에이치엘은 현대모비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램프 생산 자회사다.
이번 의견접근안에는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부 인수사와 본계약을 체결할 때 국내 램프사업부 연구소 거점과 연구인력 규모를 유지하고, 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 조건이 담겼다.
또한 매각 계약서에 노조의 지위와 기존 단체협약을 유지하는 조건도 포함하도록 했다. 매각 이후에도 노조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단체협약과 지부 집단협약을 저하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고용 안정과 생산 물량, 투자 계획 등도 매각 이후 정기적으로 협의하도록 했다.
노동조건 유지와 관련한 세부 조항도 담겼다. 사업장 내 임금, 노동시간, 복리후생 등 기존 노동조건을 유지하되, 차량 구입비 지원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임직원에게 제공되는 출고가 5% 선할인 등 동일 적용이 어려울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현재 기준에 상응하는 별도 방안을 인수사와 마련하기로 했다.
매각 이후에도 국내 공장의 일감을 보장하는 내용도 주요 조건으로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램프사업의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인수사와 협의하고, 장기적인 고용 안정을 위해 국내 공장이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위로금 지급 관련 내용도 별도 조항으로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보유법인의 지분 매각에 따라 발생할 재원을 바탕으로 회사가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매각 관련 위로금은 별도 합의하기로 했다.
최종 매각 절차에서도 노조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가 들어갔다. 현대모비스와 인수사, 노조는 최종 매각합의서 체결 전 3자 합의를 진행한다는 조항이다. 노조는 이를 두고 “원청인 현대모비스에 노동자 고용과 노조 활동, 물량과 투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종 확정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다. 현대아이에이치엘지회는 20일 조합원 총투표를 열고 이번 합의안 추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합원 찬성이 나오더라도 금속노조와 원청인 현대모비스가 참석해 서명·조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노조 측이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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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아이에이치엘지회 삭발식 모습. [금속노조 제공] |
현재 램프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프랑스 자동차 부품업체 OP모빌리티다. 현대모비스는 앞서 지난 1월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올해 상반기 내 거래 마무리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장 부품 등 미래차 핵심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다.
램프사업부는 차량 전·후면 조명 시스템을 개발·생산하는 조직으로, LE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지능형 조명 시스템 등을 담당한다.
자회사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고용 안정과 노조 지위 보장, 향후 물량 확보 등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해왔다. 현대아이에이치엘지회와 유니투스 등 램프 생산 사업장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유니투스 김천공장 노조는 지난 11일 사측과 교섭에 들어가며 한때 파업 지침을 철회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루 만인 12일부터 다시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아이에이치엘지회도 파업을 이어가며 원청인 현대모비스의 직접 교섭 참여를 요구해왔다.
노조의 반발은 본사 앞 집회와 연대 파업으로도 확대됐다. 지난 13일에는 현대아이에이치엘 조합원 등 약 700명이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램프사업부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고, 현대아이에이치엘지회는 삭발식까지 진행했다. 18일에는 유니투스 김천·충주·EBS천안·평택지회가 하루 전면 파업에 동참했으며, 같은 날 유니투스 김천공장에서는 매각 저지를 위한 총력 결의대회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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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금속노조 경주·구미지부의 램프사업 매각 반대 상경 기자회견 모습. [금속노조 제공] |
이번 갈등은 개정 노조법을 둘러싼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노조는 램프사업 매각이 단순한 경영상 판단을 넘어 노동자 고용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원청인 현대모비스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자회사 노조가 원청의 사업 매각 결정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는 이번 사안을 현대모비스 구조개편 전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램프사업부 외에도 범퍼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노조는 에어백·시트벨트 등 안전부품 부문의 매각이나 합작법인 전환 가능성, 제동·조향 부품 일부 매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현대모비스 구조개편 대응 대책위원회’를 공식 구성했다. 대책위원장은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이 맡는다. 대책위에는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조 단위인 모트라스, 유니투스, 현대아이에이치엘 각 대표자와 경기·경주·광주전남·구미·대전충북·울산·충남 지부장이 참여한다.
금속노조는 “현대모비스 구조개편은 특정 사업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수 자회사와 지역 사업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자동차 부품 산업 전환 과정에서 고용과 기술 기반을 지키기 위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