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검증→수익모델” 4대 금융지주, 디지털자산 사업화 전략 전면전 [크립토360]

금융지주, 디지털자산 투자·제휴 확대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경쟁 본격화
디지털자산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 속도


4대 은행 전경. [각 사]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올 들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디지털자산 전략이 단순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플랫폼 선점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에는 블록체인 기반 개념검증(PoC)이나 파일럿 실험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과 실물자산 토큰화, 디지털지갑 구축 등 사업화와 수익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다.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지주 간 전략적 투자와 글로벌 제휴도 활발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디지털자산 전략은 최근 들어 공통적으로 기술 검증 단계를 마무리하고 실제 서비스 출시와 사업화 단계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PoC는 이미 금융권 전반에서 수년간 반복돼 왔다”며 “이제는 실제 사업 모델과 수익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 경쟁 역시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플랫폼 선점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차세대 결제망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인프라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KB금융그룹은 전자결제 전문기업 KG이니시스, 글로벌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Kaia),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오픈에셋(OpenAsset)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송금 PoC를 마무리했다. 디지털지갑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QR코드 결제를 통해 정산 단계에서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가 자동 실행되는 구조다.

해외송금 분야에선 외환 경쟁력이 강한 하나금융이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협업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PoC를 완료했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GIWA) 체인’을 활용해 기존 국제결제망(SWIFT) 중심 외화송금 체계를 보완하고, 실시간 거래·정산이 가능한 송금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은 향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을 거쳐 실제 서비스 출시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지주들의 전략적 투자와 글로벌 제휴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최근 두나무 지분에 약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금융지주가 디지털자산거래소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전통 금융자산과 가상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WM(자산관리)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업계 선도 WM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KB금융은 지난달 미국 최초 블록체인 전문 VC(벤처캐피탈) 겸 헤지펀드인 판테라 캐피탈(Pantera Capital)과 전략적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는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트렌드와 투자 모델을 공유하고 향후 디지털자산 투자 및 펀드 운용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문페이(MoonPay)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앞서 커스터디 기업 비댁스(BDACS)에도 지분 투자하면서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디지털자산 내부통제 경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최근 은행권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온체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상 거래 흐름과 지갑 주소를 직접 분석해 자금세탁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자격증을 블록체인 분산신원인증(DID)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격증명 전자지갑’ 서비스로 구현해 운영 중이다. 기존 서류 제출 중심의 자격 확인 절차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인증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선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정비가 지연되면서 서비스 확대와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가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기준과 은행권 참여 범위, 토큰증권(STO) 제도화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에선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의 틀을 담은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제도화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규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금융사들이 새로운 기술 실험과 사업 검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제약이 크고,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충분히 구현 가능한 사업 모델조차 해외 선도 기업과의 제휴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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