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중학생 절단기로 200만원 털었다…무인점포 업주 울리는 ‘2분 털이’ [세상&]

2분 만에 교환기 털려
보상도 예방도 한계
업주들 “불안한 창업”


2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인근 한 무인 오락실 지폐교환기의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인적이 드문 새벽 절단기로 지폐교환기를 뜯고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절도 범죄가 무인점포 업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에 무인점포는 늘고 있지만 범죄 대응은 여전히 업주 개인 책임에 기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무인오락실과 무인점포를 노린 절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한 무인오락실에서는 중학생 일당이 새벽 시간 지폐교환기를 털어 약 2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해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가운데 절단기를 사용한 피의자는 종로구와 노원구에서도 수백만원대 절도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13일부터 약 한 달간 대전 중구 중촌동에서는 한 남성이 같은 무인점포에서 17차례 물건을 훔친 사례도 있었다.

무인점포 절도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인점포 절도는 1만1000여건으로 최근 5년 사이 3배 넘게 증가했다. 무인카페·무인아이스크림·무인오락실 등 창업이 늘면서 범죄 역시 함께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CCTV가 있어도 이미 늦다


문제는 범행 대응 속도다. 업주들은 “CCTV가 있어도 이미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종로3가에서 무인 인형뽑기·오락실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실시간으로 CCTV를 계속 들여다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보통은 사고가 나고 나서야 왜 망가졌지하고 영상을 돌려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영상을 돌려보는 것도 직원이 한다”며 “절단기로 교환기를 자르는 건 정말 금방이다. 2분 안에도 충분하다”고 했다.

서울 종로3가역 인근의 한 무인 점포의 모습. 정주원 기자


일선 경찰도 구조적 한계를 인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교환기나 결제기를 뜯어가는 사건은 흔한 편은 아니지만 무인점포 사건 자체는 계속 발생한다”며 “절단기까지 동원한 현금 교환기 절도는 많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연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점포는 대부분 사고가 발생한 뒤 CCTV를 확인해 신고하는 구조라 범행 당시 현장 대응이 쉽지 않다”며 “실시간으로 범행을 인지하더라도 도주 시간이 워낙 짧아 현행범 검거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광장시장 인근에서 운영 중인 한 무인점포 업주 김모 씨는 현재 이곳을 포함해 무인점포 4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10여년 전 성동구에서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당시 새벽 시간 중학생들이 망을 보며 절단기로 교환기를 훼손해 현금을 훔쳐 갔고 범인은 하루 만에 붙잡혔다. 하지만 피해 보상은 없었다.

김씨는 “기계 안에는 보통 1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사실 더 큰 손해는 기곗값”이라며 “교환기 자체도 수백만 원인데 한 번 잘리면 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로부터 합의 보라고 전달했다는 얘기만 듣고 결국 한 푼도 못 받았다”며 “털리는 걸 감수하고 장사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에 업주들은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한다. 일부는 민간 보안업체와 계약해 절도·시설물 파손에 대비한 보험을 들고 절단기로 쉽게 자르지 못하는 특수 잠금장치나 시건장치를 설치한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이 업주는 “보안업체를 써도 2분 안에 자르고 가져가면 예방이 어렵다”며 “특수 열쇠나 잠금장치를 설치해 절단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비업체 보험이나 화재보험 특약이 있더라도 보상 기준이 맞지 않으면 실제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결국 소상공인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위험 알아도 계속하는 이유 “인건비 줄지만 보안은 숙제”


그럼에도 무인점포를 고수하는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다. 대학로에서 무인 오락실을 운영 중인 한 업주 A씨는 “무인점포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안 써도 된다는 점”이라며 “뉴스에서 범죄 사례를 보며 걱정은 해도 창업할 때 ‘내 가게가 털릴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나름의 ‘생존법’으로 절단기로 쉽게 자를 수 없는 특수 잠금장치나 시건장치를 설치해 범행 시간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의 한 무인 매장 고액지폐교환기에 잠금장치가 4중으로 돼 있는 모습. 정주원 기자


A씨는 “교환기 자르는 부분을 일반 자물쇠 대신 특수 열쇠로 막아놓으면 절단기로는 잘 안 잘린다”며 “막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지만 업계에서는 보험 들고 잠금 시스템을 강화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라인더 같은 장비까지 들고 오면 사실 방법이 없다. 다행히 소음 때문에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협력치안 체계를 꼽았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무인점포 절도는 피해액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도 소상공인을 직접 겨냥한 민생범죄”라며 “경찰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 범죄를 시도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출입 절차 강화와 대형 경보음, CCTV 실시간 모니터링, 지역 점주·경찰·민간경비업체가 함께하는 협력치안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무인점포 보안을 공권력에만 의존하면 민간이 부담해야 할 방범 비용을 사회 전체가 대신 떠안는 구조가 된다”며 “무인점포는 결국 업주·지역사회·경찰이 함께 관리하는 협력치안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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