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다시 고공행진하는 흐름이다. 이달 들어 1500원을 넘긴 날이 벌써 6거래일에 달한다. 이틀 중 하루꼴로 1500원을 웃돌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원/달러 환율(주간 종가 기준)이 1500원을 넘긴 것은 총 14거래일 중 6일(42.9%)에 달했다. 15일부터 6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넘겼다. 특히, 22일 주간 종가는 1517.2원까지 치솟았다. 4월 2일(1519.7원) 이후 약 한 달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였던 3월에도 환율은 총 21거래일 중 9일(42.9%)에서 1500원을 넘겼다. 4월에는 휴전 기대와 달러 약세가 맞물리며 22거래일 중 5일(22.7%)만 1500원을 넘겼는데,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급등한 것이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이달 1500원을 넘긴 날이 3월보다도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에서도 현재 환율 수준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22일 외환당국은 주간 거래 마감 직전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기초요건)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시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이 다시 고공행진하는 것은 미국 국고채 금리 급등에 따른 달러 수요가 증가에,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차익실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이란전쟁발(發) 공급 충격에 인플레이션(금리 상승)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고 밝혔다.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국고채 30년물 금리(종가 기준)은 11일 4.987%에서 19일 5.181%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커지면서 국고채 금리도 오른 것이다.
미국 국고채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된다. 같은 기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98 수준에서 100 턱밑까지 올랐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행렬도 장기화하고 있다. 순매도란 주식을 매수한 것보다 매도한 금액이 더 큰 것을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KOSPI) 시장에서 외국인은 7일부터 22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총 순매도 금액은 46조5750억원에 달했다.
역설적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달 4일 대비 21일 국내 주식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38.2%에서 39.6%로 1.4%포인트 올랐다. 외국인 비중이 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들의 평가 가치가 매도 금액보다 더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외국인들의 추가 차익 실현 매도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당 기간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아지고,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에 달러 강세 기조도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외환당국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미국이 원유 생산국이 되면서 에너지 공급 충격에도 달러 가치가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며 “최근 미국 AI(인공지능)·빅테크 스타트업들의 소프트웨어·플랫폼·클라우드 서비스가 전 세계에서 달러로 소비되는 구조도 자리를 잡고 이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환율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28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