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물가·환율·부동산 모두 ‘긴축’ 신호…신현송 총재, 인상 포문 여나

28일 ‘신현송 주재’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
중동 불확실성에 ‘매파적 동결’ 전망 우세
경제 상방압력 커져…물가 상방압력도 ↑
또 1500원 찍은 환율…부동산 과열 여전
통방문·점도표 주목…첫 기자회견 발언도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높은 경제성장률, 물가·환율 고공행진에 여전히 과열된 부동산 등 통화정책의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처음으로 주재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어떤 긴축적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신현송 총재와 김진일 금융통화위원 등 총 7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바뀐 뒤 처음 열리는 회의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 두 번째 수정 경제전망과 점도표(6개월 뒤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표)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선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면서도 ‘긴축적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금리를 움직이기에는 이란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최근 지표들이 일제히 긴축적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나 점도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긴축적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화정책의 주요 거시 지표인 경제성장, 물가, 금융시장, 부동산 등은 모두 금리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

우선 이란 전쟁발(發) 공급 충격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세가 경제성장 경로를 끌어올리고 있다.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9%를 기록하며 예상치(0.9%)를 두 배 넘게 웃돌았다. 한은이 이번에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연간 성장률을 보다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로 제시했다.

한은 안팎에서는 연간 경제성장률을 2% 중반 수준까지 높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과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을 각각 2.7%, 2.5%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3% 이상의 성장률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신현송 총재도 취임 직후부터 1분기 경제성장률 수치에 많은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중동전쟁에 따른 하방압력과 반도체 효과 등에 얼마나 가중치를 두느냐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21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다.

석유최고가격제 등 정부 정책이 상방 압력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지만, 이란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치면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 중 하나인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전월 대비 2.5% 오르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KDI와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2.7%로 제시했는데, 한은도 이번 전망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지난달 10일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는 28일 회의는 총재를 포함해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바뀐 뒤 처음 열린다.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도 금리인상 기조 전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평균 환율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1448.4원에서 3월 1492.5원까지 급등한 뒤 4월에는 1485원으로 떨어졌지만, 5월 들어 환율은 다시 1500원을 찍은 뒤 고공행진 중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최근에는 미국의 장기 국고채 금리 급등에 환율 상방압력이 더 거세졌다. 미국에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여력도 더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차 역전 현상이 고환율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과열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둘째 주(5월 11일 기준)까지 3.1% 올랐다. 상승률은 작년 같은 기간(1.53%)보다 두 배 올랐다. 서울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2.89% 올랐는데, 작년 같은 기간(0.48%)의 6배 수준이다.

가계 빚도 늘고 있다.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 대출 규제에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3년 만에 처음 감소했지만, ‘풍선효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간 등에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번 회의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긴축적 기조 전환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금리 인상’ 문구를 넣을 수 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란 기준금리 결정 배경과 향후 정책 운용 방향 등을 담은 문서다. 지난달 회의에서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중동전쟁 등 대내외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및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인상 시기 검토’ 등 문구가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점도표에서도 점들이 보다 위에 찍힐 전망이다. 점도표란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각자 6개월 후 전망을 점으로 제시하는 소통 방식이다. 위원당 3개씩, 총 21개의 점이 찍힌다. 지난 2월 처음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총 21개의 점 중 16개(76.2%)가 현 기준금리 수준인 연 2.50%에 찍혔다. 4개(19%)는 0.25%포인트 인하에 찍혔고, 인상을 전망한 것은 1개(4.8%)뿐이었다. 그 이후 이란전쟁이 발발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만큼 이번 점도표에서는 금리 인상 쪽에 더 많은 점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 총재가 진행할 첫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도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이창용 전 총재만큼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조해 온 만큼, 예상보다 강하게 금리 인상 신호를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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