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리스크 완전 해소
DX부문 투표 중지 가처분신청은 법원서 기각
최승호 위원장 “DS·DX 교섭분리 고민”
‘영업익 N%’ 성과급 확산될라 기업들 조마조마
![]()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마련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 끝에 통과되면서 반도체 공장 총파업 리스크를 완전히 덜어냈다. 만약 합의안이 부결됐다면 노사가 재차 협상을 진행해야 했던 만큼 또 한 번 불확실성에 빠져들 우려가 있었다. 차질 없는 반도체 생산이 가능해진 만큼 글로벌 빅테크의 쏟아지는 수요에 대응하는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합의안 도출과 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임금협상에서 소외된 DX(완제품)부문은 부결 운동을 펼칠 정도로 불만이 거세다. DX부문이 중심이 된 노조에서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법원에서 이를 기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노사 갈등이 한창이던 이달 중순 ‘한 몸, 한 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내부 갈등 수습에 앞장서고 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원삼성’으로 나아갈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27일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은 찬성률 73.7%로 가결됐다. 다만 반대표를 던진 비중도 26.3%로 나타났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에서 1만727표의 반대가 나왔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선 5747명이 반대했다.
전세계 반도체 업계는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21일 정부 주도 하에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아 파업만은 막았지만 6일 간의 투표 끝에 합의안이 부결됐을 경우 또 다른 국면에 진입할 수 있었다. 재협상에 돌입했다면 재차 노사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안도하는 건 미국 빅테크 기업이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해 막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노사 협상 단계부터 삼성전자에 총파업 가능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1분기 삼성전자 핵심 고객사에도 이들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매출처로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등을 공시했는데 아마존이 주요 고객사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AI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합의안 가결로 장기공급계약(LTA) 관련 부담도 덜었다. 빅테크 기업은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다”며 “장기공급계약으로 고객과 삼성전자 모두 사업 안정성과 가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합의안 투표 가결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비메모리 직원부터 DX부문 직원까지 합의안을 두고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DS(반도체)부문은 노사 합의로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특별경영성과급으로 받게 됐지만 배분율이 부문 40%·사업부 60%로 정해지면서 시스템LSI·파운드리 직원 사이에선 보상에서 배제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더 큰 소외감을 느끼는 건 DX부문 직원이다. DX부문은 협상 끝에 600만원 규모 자사주를 받는데 그쳤다. DS부문 직원이 올해 2억~6억원대 보상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하는 수준이다. 21일 합의안이 나온 직후 부결 운동에 돌입했다.
DX부문 직원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는 법적 절차를 택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수원지방법원에 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같은날 완제품 부문 직원들이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교섭요구안이 채무자(초기업노조) 소속 특정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에 치우친 나머지 소속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그 내용 자체로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채권자들이 충분한 소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투표 결과에서도 이들 직원의 불만이 확연히 드러났다. DX부문 구성원이 많은 전삼노는 전체 투표인원 7283명 중 가까운 574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률이 21%에 그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노사 협상 과정 때부터 ‘원삼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귀국길에서 발표한 사과문을 통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우리 한 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자”고 당부했다.
최고경영자 역시 협상 후유증 최소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제 갈등의 시간은 뒤로 하고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 나아가야 한다”며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한다면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초기업노조에서도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DS·DX 교섭분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DS에서는) 시스템LSI·파운드리 개선을 중점으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사실상 ‘영업이익 N%’ 정률제 보상안을 택하면서 재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1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로 이직을 막기 위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5년 뒤 삼성전자에도 이 같은 제도가 자리를 잡게 됐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합의안대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례를 본 다른 대기업 노조에서도 영업이익에 연동해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고 LG유플러스도 30%를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대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전자가 주식 보상으로 성과급 합의를 이뤄낸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성과급 재원은 주주의 잔여이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주주 몫이지만 근로자가 주주 지위를 얻게 되면서 이를 정당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DX부문 성과급 지급 규모에서 드러나듯 형평성 문제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인해 성과급도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된다는 노조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산업계에 유사한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쟁의행위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