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및 노조법 위반 혐의
반의사불벌죄 미해당 사안, 계속 수사
노조 집행부 전반으로 확대 가능성도
삼성전자 사측이 노사 협상에 따라 이른바 ‘노조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고소·고발한 건을 상호 취하하기로 합의했지만,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 가입 여부 등을 무단으로 수집, 이를 묵인한 관련자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쟁의 기간 중 제기했던 각종 고소·고발을 상호 취하하기로 합의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및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합의만으로 수사가 중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일컫는다. 형법상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지 않아, 고소인이 사후에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거나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직권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노동조합법 위반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법은 2001년 3월 개정을 통해 부당노동행위 등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을 종래의 반의사불벌죄에서 일반 범죄로 변경됐다.
만약 노조 소속 인사가 조합원·비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하거나 쟁의행위 참가 강요 등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노사 합의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노조 미가입자 명단 작성 및 유포’ 사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일부 직원들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 특정 임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미가입자 명단을 별도로 정리해 유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사측은 삼성전자 직원이 사내 시스템에 접속해 매크로를 동원해 1시간 동안 2만회 이상 임직원의 이름, 소속 부서, 인트라넷 ID 등을 무단으로 조회한 사건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삼성전자 직원이 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非)노조 블랙리스트 의혹’도 제기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5월 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 압수수색에 나서 무단으로 정보를 조회한 직원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18일에는 평택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메신저와 이메일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사업장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단기간에 두 사업장을 잇따라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경찰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단순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노조 가입 여부’라는 민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사안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 및 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하고 일반 개인정보보다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노조법 위반 여부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노조 소속 인사가 조합원·비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이용하거나 쟁의행위 참가 강요 등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노사 합의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노조 가입 여부에 관한 정보를 당사자 동의없이 수집·이용하거나 이용한 행위는 더욱 엄정한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노조 가입 여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와 직결되는 민감 정보로,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이용하는 행위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사 간 합의와 별개로 수사기관이 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인물이 노조 소속으로 확인된 만큼, 수사 범위가 노조 집행부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보 수집·이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관련자까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