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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 가려져 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또 하나의 선거가 있다. 바로 교육감 선거다. 대부분의 유권자에게 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낯설다. 후보 이름조차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기존 교육 시스템의 유효성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이라는 문명사적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AI의 발전 속도는 기존 사회 시스템의 적응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업계에서는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이 2028년 전후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인간의 지능을 압도하는 초지능(ASI)의 도래 시점이 2035년 전후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학습 방식과 노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문제는 미래세대다. 기성세대는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AI는 인간보다 더 빠르게 검색하고, 정확하게 요약하며, 효율적으로 분석한다. 그 결과 청년의 ‘입직 사다리’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정답 암기와 문제풀이 중심 경쟁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AI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분석하며, 새로운 방향을 설계하는 힘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통찰과 질문, 창의성과 공감 능력이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실은 여전히 질문보다 침묵을, 다양성보다 표준화를, 토론보다 정답을 요구하고 있다. 정형화한 ‘모범 답안형 인간’을 양산하는 시스템으로는 AI시대를 감당할 수 없다. 이미 이 전환을 읽고 판을 바꾼 나라가 있다.
중국의 완강 전 과학기술부 장관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중국이 내연기관 경쟁으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차세대 모빌리티인 전기차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중국 정부는 그에게 11년이라는 장기적인 권한과 시간을 부여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강국으로 올라섰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현재의 열세를 만회하려 애쓰기보다 다음 라운드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AI시대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낙후된 교육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시스템의 관리자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킬 ‘판을 바꾸는 교육 리더십’이다. 앞으로의 교육 수장은 교육 전문가인 동시에 AI전략가이자 미래 설계자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그런 미래형 리더십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선거는 진영과 조직, 과거 경력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AI시대 미래교육을 설계할 전략가를 뽑는 선거인지, 과거 시스템의 관리자를 선출하는 선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우리 아이들을 AI시대를 주도할 인간으로 키워낼 수 있는가다. 학생들이 향하는 미래의 좌표와 교시스템이 머무는 과거의 좌표 사이의 괴리를 이제는 메워야 한다.
430여년 전, 시대 변화와 기술 흐름을 읽지 못한 리더십의 대가는 참혹했다. 임진왜란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AI 임진왜란의 가장 큰 대가는 우리 미래 세대가 치르게 될 것이다. 역사는 묻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미래 세대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이영 제4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