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금융CEO 연임제한 서면질의
ISS, 韓정책에 처음으로 의견 개진
“임기 상한은 이사회 재량권 제거”
일관된 지배구조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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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이사회의 독립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과에 따라 사외이사들의 임기를 차등화하는 ‘차등임기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ISS가 의견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기사 3면
27일 ISS는 헤럴드경제의 ‘한국 정부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관련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금융지주 CEO 연임 제한 법제화와 관련해 “경영진 임기에 대한 고정된 규제적 제한보다는 ▷이사회의 독립성 요건 ▷정기적인 이사 재선임 절차 ▷투표를 통한 주주에 대한 명확한 책임 책임성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성과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되는 경직된 캡(상한)은 이사회의 재량권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글렌 맥과이어 ISS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부문 부대표는 “ISS는 일반적으로 CEO 임기를 엄격하게 규정해야 하는 변수가 아니라, 지배구조 유효성의 결과물로 바라본다”며 “주기적인 리더십 쇄신이 중요하긴 하나, 투자자들은 대개 법적 규제로 부과된 고정 임기 제한에 의존하기보다 이사회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연임 제한 법제화는 국제 표준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맥과이어 부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관찰되는 현상은 획일적인 하드웨어식 임기 제한이 아니라, 지배구조 관행, 시장 규율, 규제당국의 감독에 의해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리더십 주기”라며 “금융 서비스 업계의 CEO 임기는 대개 5~7년 사이의 비교적 일관된 범위 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전략의 연속성과 주기적인 인적 쇄신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결과”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CEO들의 이른바 ‘장기 집권’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하자, 금융당국은 업계의 관례로 여겨져 온 3연임(3연속 임기 수행)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이번 ISS가 우려를 담은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S는 성과에 따라 사외이사들의 임기에 차등을 두는 ‘차등임기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한다”며 부정적 의사를 표했다. 이사회가 감독보다는 단기적인 결과 중심의 행동을 장려하거나 성과 달성에 더 매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맥과이어 부대표는 “사외이사에 대한 강력한 평가를 지지하나, 책임 경영의 실현은 임기 차등화보다는 이사회 쇄신, 재선임 결정, 그리고 투명한 공시를 통해 행사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논의 안건으로 거론되고 있는 클로백(Clawback) 세이온페이(Say-on-Pay)에 대해선 “견고한 지배구조 시스템의 요소로서 잘 정착된 제도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에도 부합한다”고 찬성 의사를 표했다. 클로백이란 임직원이 금융사고로 회사의 손실을 입힐 경우 성과급을 삭감하는 장치다. 세이온페이는 임원의 보수를 주주총회 심의 안건으로 올리도록 하는 제도다.
ISS는 CEO 임기 제한, 클로백, 세이온페이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시스템’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맥과이어 부대표는 “이런 개혁 영역들은 하나의 일관된 지배구조 시스템의 일부로 고려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이런 요소들이 잘 조율돼 조화를 이룰 때, 시스템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할 수 있게 되므로 보다 규제적이고 지시적인 외부 개입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ISS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서 전 세계 1700여개 기관투자자를 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국내 금융지주 특성상 ISS가 어떤 의견을 내놓느냐에 따라 주주총회의 향방이 갈릴 정도로 영향력은 막대하다. 한국거래소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26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45.18~75.85%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서상혁·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