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글로벌 통상 재편 속 생산기반 경쟁 돌입
“미래차 경쟁은 국가 간 생산기반 싸움”
車업계 “국내생산촉진세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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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항구에 줄서 있는 중국 BYD 자동차 모습 [AP]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와 세액공제, 투자심사 등을 앞세워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선 가운데 한국도 미래차 생산기반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신흥국을 넘어 유럽과 한국 시장까지 빠르게 진입하면서, 자동차 산업 경쟁이 기업 간 수출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생산기반 확보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2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전환과 K-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제47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열었다. KAIA에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등 11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미국 232조 자동차 관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생산세액공제, EU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와 산업가속화법(IAA), 일본의 전략산업촉진세제 등 주요국의 산업 지원·보호 정책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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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
정대진 KAIA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미국·EU 등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은 관세·수출입 통제 및 산업지원책 등을 수단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며 “미국은 기존 232조 자동차 관세에 현재 301조 조사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가 진행중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EU는 산업가속화법 도입,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정 등으로 역내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전기차의 확장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 회장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아세안·중남미·중동은 물론 유럽과 한국 등 선진 시장까지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며 “자율주행·AI 등 최첨단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브랜드는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전략적 현지 거점 구축으로 소재·부품 등 생태계 전반으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미래차 분야 투자 확대와 제도 개선 등에 노력 중이지만, 현재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면도 있다”며 “보다 전향적이고 속도감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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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의 럭셔리 전기 SUV ‘ES9’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공개되고 있다. [AP] |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표에서 중국의 전기차 공급 확대가 주요국 산업정책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미국이 232조 자동차 관세와 301조 조치, 커넥티드카 규제를 통해 중국산 유입을 견제하는 동시에 IRA 생산세액공제로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봤다. EU 역시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와 산업가속화법을 통해 역내 생산 유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도 전략산업촉진세제를 도입해 생산량과 판매량에 따른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역시 무역구제 조치와 외국인투자안보심사 강화,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한·멕시코 FTA 등 통상 네트워크 다변화, 미래차 기술 경쟁력 확보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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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7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BMW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 다둥공장 주차장에 BMW 5시리즈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AFP] |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해외 진출 방식이 단순한 공장 이전이 아니라 생산·공급·인프라 기능을 묶은 ‘거점 네트워크’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EU 시장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가 가격 경쟁을 넘어 원산지, 탄소규범, 공급망 투명성 대응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글로벌 경쟁은 현지 생산·조달망·표준·규범 대응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의 경쟁으로 전환될 것인 만큼, 우리 역시 해외 거점들과 국내 산업기반 전략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생산 확대가 국내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전기차·미래차 생산기반과 배터리·부품 생태계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등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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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7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중국산 자동차들이 자동차운반선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AFP] |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국내 생산기반 유지가 핵심 과제로 거론됐다. 토론은 허윤 서강대 교수가 주재했으며, HMG경영연구원, 한국무역협회, 산업연구원,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박성규 HMG경영연구원 상무는 “최근에는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정부가 산업 생태계의 ‘밑바탕’ 역할을 수행하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지난 30년간 자유시장·자유무역이 우세했다면 최근에는 산업정책의 부활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은 방어적 산업정책을 추진하되 통상 마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지원수단이 필요, 탄소중립을 위한 보급형 보조금에서 전략산업 생태계 사수형 보조금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역량만으로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충전 인프라와 자율주행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실장은 “자동차 산업은 인건비·재료비 등 생산비용 비중이 높아 설비투자 중심의 현행 투자세액공제(ITC) 체계만으로는 지원 효과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PTC) 도입과 함께 금융·고용·전환 지원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정책 믹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