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소문 고가가 남긴 질문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노후 고가도로를 철거하던 과정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안전점검 과정에서 사고가 벌어졌다는 점은 충격을 더한다. 위험을 확인하는 현장이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됐다는 점에서 서소문 고가차도는 모든 공사의 대원칙이라 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우리 사회에 남겼다.

사고 당일 새벽 현장에서는 이미 침하가 발생, 단차 현상이 확인됐다고 한다. 작업은 중단됐고 관계자들이 안전점검에 들어갔지만, 결국 구조물은 버티지 못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 그러나 최소한 위험 신호가 포착된 이후 현장이 얼마나 보수적으로 통제됐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형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괜찮아 보인다’가 아닌 ‘혹시 모른다’이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비극은 몇 해 전에도 있었다.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는 철거 작업이 얼마나 위험한 공정인지를 보여줬다. 당시 철거 중이던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쳤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무리한 해체 방식, 안전수칙 미준수, 관리 부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었음이 드러났다. 사고 이후 정부·지자체·건설업계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철거 안전관리 강화 대책도 잇따라 발표됐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보면 현장의 긴장감이 다시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사람들은 흔히 건물을 짓는 일이 가장 어렵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짓는 것보다 부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해왔다. 새 건물은 설계도와 계산에 따라 올라가지만, 노후 구조물은 오랜 시간 누적된 피로·균열,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변수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60년 가까이 사용된 고가도로의 철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철거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매뉴얼과 원칙 준수가 중요하다. 구조 안정성 검토, 단계별 해체 순서, 위험 구역 통제, 작업 중 변형 감지·대응 체계까지 모든 절차가 보수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문제는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안일함이 반복될 때 사고 위험은 급격히 커진다. 공기 단축 압박, 비용 부담, 작업 효율 우선 문화가 안전 원칙보다 앞설 때 관련 매뉴얼은 형식으로만 존재하기 쉽다. 특히 이번 사고는 안전점검 체계 자체에 대한 의문도 남긴다. 이상 징후가 확인됐다면 현장을 더욱 광범위하게 통제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상태에서 접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점검은 위험 가능성을 최대치로 상정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어야 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 곳곳에서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경계심은 무뎌지고, 안전보다 속도와 효율이 앞서는 문화가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그 사이 비극은 반복된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역시 예외적 불운이 아니라, 누적된 안전불감증이 드러난 사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도심이 발전될수록 노후 인프라 철거·재정비 사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철거 공사는 단순 보조 공정이 아니라 가장 엄격한 안전관리 대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신상윤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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