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돈으로 이란 재건 지원 검토…3천억달러 규모”

NYT “카타르 동결자산 일부 해제 방안도 검토”…미국은 직접 참여 안할듯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 지난 2024년 헬기 사고로 숨진 전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의 추모 배너가 걸려 있다.[AP=연합]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 지난 2024년 헬기 사고로 숨진 전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의 추모 배너가 걸려 있다.[AP=연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막판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우방국 자금을 활용해 이란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은 피하면서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우회적 유인책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걸프·아랍 국가들에 전후 이란 재건 자금 지원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해왔다고 보도했다.

전제 조건은 이란이 미국이 제시한 종전 합의안을 수용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걸프 국가들은 이를 위해 3000억달러(약 449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이다.

다만 미국은 해당 펀드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합의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전쟁 이후 경제 재건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 전쟁 배상 문제를 핵심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협상단은 현금 형태의 배상금 지급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신 완전한 종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란 재건을 위한 국제 투자 유치와 우회적 경제 지원 가능성을 시사해왔는데, 이번 구상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공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당신들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우리는 이란을 번영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걸프국 자금을 활용한 지원 방안과 함께 카타르에 동결된 이란 자금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해당 자금은 의약품과 산업용 원자재 등 인도주의적·경제적 목적의 물품 구매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카타르가 이를 이란에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같은 논의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 협상 재개 등을 골자로 한 종전 MOU 체결에 근접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한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중재국들은 지난 27일 밤 이란 측으로부터 최신 버전의 MOU 초안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더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협상에 관여한 외교 관계자들은 미국과 이란 양측 지도부 모두 국내 강경파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으며, 최종 합의를 위해서는 내부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 제거 등 핵심 쟁점은 MOU 체결 이후 진행될 추가 협상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 참여한 한 외교관은 “모든 당사자가 같은 초안을 기준으로 협상하고 있는지조차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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