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난 서소문고가’ 안전계획서엔…최장 구간 절단 방식·크레인 고정 여부 확인해야

28m 최장 구간인데 공법은 다른 구간과 유사…붕괴 대응 적정성 도마

27일 서울 서대문구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 모습. 전날 서소문 고가의 슬라브를 절단하던 중 생긴 침하 현상을 안전진단 하는 과정에서 고가가 일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사고를 두고 안전관리계획서와 실제 시공 방식이 맞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난 구간이 전체 철거 구간 가운데 가장 길었는데도, 해체 공법과 붕괴 대응 계획이 이 같은 특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30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안전관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S9 구간은 총 28m로 전체 구간 중 가장 길었다.

설계 도면상 S9 구간은 중간에 구멍을 뚫고 와이어쏘(줄톱)를 넣어 슬래브(콘크리트 판)를 한꺼번에 절단한 뒤 크레인으로 고정해 내리는 방식으로 계획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21m를 먼저 절단하고 7m를 남기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 정황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구조물의 붕괴 위험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8m 구간 전체를 하나의 부재로 보고 절단·인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를 먼저 자르면, 남은 구간과 교각에 하중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1m를 먼저 절단한 뒤 거더(보)가 아래로 처졌다면 교각 쪽에 강한 전단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단력은 구조물에 작용하는 힘으로 인해 기둥이나 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어긋나거나 잘려 나가려는 힘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하중을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크레인 고정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쟁점이다. 설계 도면에는 부재를 인양할 때 크레인으로 고정한 뒤 절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절단 과정에서 슬래브 처짐이 발생했다면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크레인으로 부재를 잡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정밀진단에서 확인된 구조 이상 신호가 해체 계획에 반영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2019년 정밀진단에서는 거더 내부 강선 파단이 확인됐고, 인장력 저하와 휨 하중 증가가 예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인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절단 작업이 진행되면서 구조물이 갑작스럽게 부서지는 취성파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향후 수사에서는 안전관리계획서와 설계 도면에 따른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지켜졌는지, 가장 긴 사고 구간에 맞는 별도 안전 검토가 있었는지, 붕괴 가능성에 대비한 인양·보강 조치가 충분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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