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OM 공장 풀가동…코오롱인더, 고부가 전환 박차 [그 회사 어때?]

김천 3공장·4공장 현장
폴리옥시메틸렌·컴파운딩 소재 각각 양산
17층 높이 시설에 POM 1만여 포대 보관
글로벌 석화 불황에도 수요 탄탄
올해 코오롱ENP 흡수합병 완료
R&D·마케팅 조직 일원화…고부가 소재 개발 속도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3공장 전경.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헤럴드경제(김천)=한영대 기자] 지난 18일 방문한 연면적 약 1만1066평 규모의 코오롱인더스티리 김천3공장(구 코오롱ENP 김천1공장). 공장 한 켠에 자리잡은 자동창고에는 아파트 17층 높이의 제품 보관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시설에는 1톤 가량의 폴리옥시메틸렌(POM)이 포장된 1개 포대를 1만여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최근 글로벌 석화 시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보관 시설에 있던 POM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수시로 출고되고 있었다.

POM은 기계적 강도와 내마모성이 우수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차량용 부품과 컨베이어 벨트 등에 주로 사용된다. 김천 3공장은 연 14만5000톤 규모의 POM을 양산하고 있다. POM 생산 시설 중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공장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POM 시장에서 톱(Top)3를 차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3공장 자동창고에 POM이 포장된 포대가 보관돼 있는 모습.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POM 원재료는 메탄올이다. 메탄올은 1200톤 규모의 저장탱크 3개에 보관돼 있었다. 탱크에 저장된 메탄올은 백색 파이프를 통해 합성 및 중합·안정화 작업이 진행되는 약 40m 높이의 생산 시설로 이동한다. 수차례 반응 및 증류, 중합 작업을 거쳐야 액체 상태의 메탄올이 쌀알 형태의 POM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생산 제품 중 수출 비중은 70~80%이다.

최근 석화 시황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무색하게 김천3공장은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사실상 풀가동되고 있었다. 최진상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3공장장 상무보는 “POM을 개발하기 위해선 고부가 기술이 필요하다”며 “생산 난도가 높아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POM 수요는 기초 석화 제품 대비 꾸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도 POM을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 기술은 여전히 코오롱이 앞서있다”고 자신했다.


컴파운딩 공장도 풀가동 중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4공장에서 직원이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김천3공장에서 자동차로 약 3분 이동해 도착한 연면적 6700평 규모의 김천4공장(구 코오롱ENP 김천2공장)도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풀가동되고 있었다. 공장에 있는 9개 생산라인이 굉음을 내며 컴파운딩 작업을 마친 스페셜티 제품을 국수가닥 형태로 생산하고 있었다. 국수가닥 형태로 만들어진 제품은 냉각 작업 등을 거쳐 알갱이 형태로 만들어진다.

컴파운딩은 석화 제품에 다양한 첨가제를 최적의 조합으로 섞어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이다. 김천4공장은 3공장에서 생산된 POM과 또 다른 석화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기초 석화 제품 등을 컴파운딩한다. 김천4공장에서 생산하는 석화 제품 규모는 연간 6만톤이다. 제품 종류만 400여개가 넘는다. 생산 제품의 대부분은 자동차, 전자제품의 특수소재로 사용된다.

조원우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4공장장 이사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중 일부는 애초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과의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고객 맞춤형 제품이 많다 보니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석화 불황에도…스페셜티 제품 실적은 상승


최진상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3공장장 상무보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지난 4월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흡수합병된 코오롱ENP의 전신은 1996년 설립된 KTP이다. KTP는 코오롱과 일본 도레이의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됐었다. 코오롱이 KTP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 건 2008년이다. 당시 도레이가 POM 사업을 철수하면서 지분 변화가 생겼다.

POM 생산이 처음부터 원활히 이뤄진 건 아니다. 공정상의 문제로 생산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오롱ENP는 문제 해결을 위해 경쟁사 대비 공정을 단순화했다. 공정 단순화를 통해 설비 문제를 줄이고, 에너지 비용을 절약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POM 양산에 성공한 코오롱ENP는 이후 컴파운딩 소재 등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코오롱ENP를 흡수합병한 이유는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코오롱ENP에서 생산하는 POM과 컴파운딩 소재는 고부가 제품인 만큼 다른 석화 제품 대비 시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요가 꾸준한 만큼 매년 준수한 실적을 달성했다. 2024년 기준 코오롱ENP는 매출 4862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을 기록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같은 악재에도 전년 대비 매출은 6.6%, 영업이익은 17.6% 증가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 주력 제품과 미래 먹거리인 아라미드의 수익성 악화 여파로 한동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영업이익은 1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줄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619억원)은 전년 동기(269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지만, 대내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탄탄한 실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코오롱ENP와의 합병을 추진했다.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역량 강화도 흡수합병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합병으로 기존의 중복된 조직을 통합, R&D 역량은 물론 고객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최 상무보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기존 코오롱인더스트리 고객사들에 코오롱ENP의 고부가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3공장에서 생산된 폴리옥시메틸렌(POM).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사업 구조 최적화에도 속도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3공장 전경.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ENP와의 흡수합병을 기점으로 고부가 소재 역량을 더욱 키울 계획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POM 등 고부가 소재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함이다.

우선 POM 적용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자동차 중심에서 의료기기 산업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컴파운딩 소재 경쟁력은 해외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키울 예정이다. 조 이사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탈탄소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보유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과 컴파운딩 기술 간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업 구조 최적화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 재무 건정성을 높이고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전략이다. 매각 후보 사업군으로는 디스플레이 코팅액, 반도체 패키지 소재 등이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매각 관련해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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