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GPU 이어 CPU 진출 선언
현지서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개최
젠슨 황·최태원 석달만에 다시 회동
AI 혁명지 달라진 韓기업 위상 확인
세계 반도체 제조의 심장인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박람회 ‘컴퓨텍스’의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 IT·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행사 기간 중 함께 열리는 엔비디아의 ‘GTC 타이베이’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한 국내 기업 관계자들과 회동하는 만큼,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2·10면
이뿐 아니라 컴퓨텍스·GTC 기간 중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만남이 초미의 관심이다.
AI(인공지능) 혁명의 진앙지이자 첨단 공정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인 대만에서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무게중심이 메모리 반도체와 AI 인프라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평가와도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이번 행사에서 PC(개인용 컴퓨터) 반도체 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AI 투게더’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 개최=1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무역발전협회(TAITRA)와 타이베이컴퓨터연합(TCA) 주관의 ‘컴퓨텍스 2026’행사가 오는 2∼5일 나흘간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AI 투게더’를 주제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30여개국 약 1500개 기업이 6000개 이상 부스를 마련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1981년부터 시작한 컴퓨텍스는 당초 대만 컴퓨터 제조·조립 회사들의 부품을 전시하던 행사였다.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인 AI 성장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내 대만의 위상이 높아졌고, AI 기술과 설루션을 소개하기 위한 전 세계 반도체·IT 기업들이 모이면서 글로벌 전시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만은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의 고향이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올해 컴퓨텍스에는 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가 부대행사로 진행된다. 황 CEO를 비롯한 글로벌 IT 업계 거물들이 대만 타이베이에 집결한다. 크리스티아노 아몽 퀄컴 CEO, 맷 머피 마벨 CEO, 립 부탄 인텔 CEO, 르네 하스 ARM CEO 등이 대표적이다.
▶오늘 저녁 젠슨 황 주최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이번 행사 기간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건 황 CEO가 주관한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다.
1일 저녁 타이베이 다안구의 한 식당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황 CEO를 비롯,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전자·네이버클라우드·두산 등 주요 기업 임원이 참석한다. AI 인프라·자율주행·피지컬 AI 등 엔비디아와 협력해 온 산업 전방위를 논의하고, 우호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AI 인프라와 가속 컴퓨팅 생태계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파트너 국가”라고 언급했다.
황 CEO가 ‘AI 혁명의 진앙지’라고 강조한 대만에서 한국기업과 공개적 행사를 가진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이 단순히 주문받은 메모리만 생산한다는 ‘칩 메이커’, ‘칩 공장’로 제한적인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제는 글로벌 AI 생태계와 공급망 협력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CTO가 직접 차세대 메모리 기술 설명회=컴퓨텍스에서도 관심사는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부스에 쏠린다. 최근 세계 최초로 HBM4E(7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한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기술을 공개하며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산업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송재혁 반도체(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직접 차세대 메모리 기술 설명회를 열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 CEO와 최태원 회장의 만남도 화두다. 최 회장은 황 CEO의 개막 기조연설에 참여하는 등 TSMC까지 포함한 삼각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3월에도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에 참가하는 등 최근 7개월 사이 황 CEO를 3번이나 만났을 정도로 공고한 네트워크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 산호세 GTC에서처럼 젠슨 황의 양사 부스 방문도 기대되는 지점 중 하나다.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기업도 컴퓨텍스에서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울트라 슬림’ 노트북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을 첫 선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비공개 로드쇼를 운영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과 제품을 공개한다.
▶엔비디아, CPU까지 진출…삼성·SK 수혜 전망=엔비디아는 PC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에서 자사 칩을 주 프로세서로 사용하는 첫 윈도 PC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집중해왔는데, CPU(중앙처리장치)까지도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약 40년간 CPU 시장은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이번 협력으로 GPU와 소프트웨어, CPU와 PC용 칩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AI 컴퓨팅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CPU 시장 진출에 삼성·SK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CPU에는 LPDDR(저전력 D램) 수개가 패키징된 LPCAMM(저전력 압축 부착형 메모리 모듈) 등이 탑재된다. GPU의 핵심이었던 HBM을 비롯해 엔비디아와 협력할 수 있는 메모리 범주가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 파운드리 수주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번 프로세서 설계에는 대만 팹리스 업체 미디어텍도 참여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고위 임원들과 대만 미디어텍 본사를 방문, 릭 차이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베이=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