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라도…” 금가분리 완화에 거래소 쟁탈전 불붙었다

5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 고조
하나금융 이어 한화증권·삼성계열사까지
원화스테이블코인·실물연계자산 선제 대응
증권사, 현물ETF 대비 거래소와 협력 구축


금융당국의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기조가 완화한 가운데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사진은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각사 제공]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금융당국의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기조가 완화한 가운데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 등 시장 개화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특히 지분 투자에 적극적인 증권사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대비, 수월한 현물 확보 창구로 거래소를 활용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지분 투자와 기존 원화 계좌 제휴를 중심축으로 두나무 등 거래소를 앞세운 컨소시엄 전열도 드러나고 있다.

▶기업들 “거래소 지분 사고 싶다”…촉매제는 ‘금가분리’ 완화=2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디지털자산거래소에는 지분 1%라도 사고 싶다는 기업들의 연락이 쇄도한다고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간 없었던 건 아니지만 1~2%라도 사고 싶다는 제안이 요즘 빗발친다”며 “투자 관심이 연초보다 확연히 크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해외업체 사이에도 국내서 사업하려면 지사를 설립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소문이 몇 달 전부터 퍼지기 시작했다”며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곳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거래소 지분은 국내 원화거래소가 5개뿐이라는 점에서 그간 희소성을 인정 받아왔다. 개인 고객 기반 유동성을 확보한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하고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래에셋그룹 계열 비금융사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1330억원에 인수한 점도 이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2017년부터 행정지도로 규제해 온 금가분리라는 장벽 탓에 지분 투자는 금융사의 시장 대응 안건으로 올라왔다가도 제외되기 일쑤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거래소 투자는 수년 전부터 늘 테이블에 올라왔던 아이디어 중 하나”라면서 “하고 싶고 여력도 있지만, 규제로 안 될 거라는 자체 필터링에 걸려 빠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 촉매제가 된 건 금가분리 완화 기류를 읽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사례들이 나오면서다. 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법인 시장을 준비하면서 금가분리 완화 시그널을 드러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중심 컨소시엄(50%+1주)에 허용하기로 가닥을 모으면서, 그간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 투자를 일절 금지했던 금가분리를 완화하는 방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아울러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라 법인 실명계좌 금지를 순차적으로 풀어주면서, 그간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취득한 곳 외에 취급 자체를 금지하던 장벽도 허물고자 했다. 3월 당국이 미래에셋컨설팅 측 이사를 코빗 이사회에 합류하는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실제 변화된 기류도 포착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시장 변화와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가분리 빗장이 풀리는 흐름에서 하나금융이 지난달 15일 1조원대 규모의 두나무 지분(6.55%)을 취득하기로 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후 20일 한화투자증권(9.84%)과 28일 삼성증권·SDS·카드(4%)가 순차적으로 두나무 지분 매입을 발표했다. 29일엔 한국투자증권과 해외 거래소 OKX가 코인원 지분을 각각 20%씩 매입하는 인수 체결식을 열면서 코빗(최대주주 미래에셋컨설팅)과 고팍스(바이낸스)에 이어 대형 증권사 및 해외 자본까지 진입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거래소가 원화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의 필수 요소라고 판단, 선제적으로 지분을 투자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며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컨소시엄 주도로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향후 거래소들에 대한 타 금융사의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두나무 구주 빠른 소진, 매물 부족…“시너지 알 수 없지만 확보해야”=시장에서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건 단연 두나무다. 두나무는 개인 고객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5월 29일 기준 63.6%) 국내 거래소인 데다, 자체 메인넷 ‘기와 체인’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본 경쟁지인 글로벌 무대 진출을 앞장서 준비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5대 원화거래소 중 유일하게 메인넷을 개발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자체 메인넷을 운영하면 트랜잭션 수수료(Gas Fee)를 직접 통제하거나 최적화할 수 있고, 유동성과 자산을 하나의 통합 원장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 시 네이버 생태계라는 유통 창구를 확보한 만큼 원화스테이블코인의 방대한 사용처도 이미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디지털자산업계에서는 원화스테이블코인 경쟁 시작 전부터 두나무·네이버 컨소시엄을 두고 ‘1위 사업자’라 입을 모은다.

특히 삼성증권·SDS·카드가 4% 지분을 확보한 점은 두나무 컨소시엄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쟁사 한화투자증권이 더 많은 지분(9.84%)을 확보한 만큼, 향후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파트너십 확보 과정에서 양사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열세에 놓일 수도 있다. 다만 지분을 확보해 기술협력 및 향후 디지털자산 사업 구상에서 다른 경쟁사 대비 우선권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나무 주식)물량이 제한적이기도 하지만 10~20%도 아니고 지분을 1~2%씩 사는 건 거래소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보는 것이고, 사업적 여지가 있다기보다 지분 투자에 가깝다”며 “시너지를 알 수 없겠지만 거래소가 5개뿐이기 때문에 규모에 상관없이 1위 지분을 확보해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라고 평가했다.

두나무 지분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시선은 나머지 거래소로 쏠리고 있다. 다만 앞서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인 코빗에 더해 코인원까지 한투와 OKX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지분 매물도 줄어들고 있다. 빗썸은 지배구조가 복잡한 특성 탓에 지분 투자가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한투가 빗썸과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코빗에 맞서는 한투·빗썸 구도를 예상했지만, 한투는 결국 코인원과 손을 잡았다. 이 배경에는 빗썸 지분투자가 구조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팍스의 경우 해외 자본인 바이낸스와 협상을 해야하는 사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인원 (지분 매각)이슈가 생겼을 때 이제 이 다음으로는 솔직히 살 게 없다고 보였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열릴 경우를 대비한 컨소시엄 윤곽도 잡히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을 진행 중인 두나무를 중심으로 현시점 기준 하나금융·한화투자증권·삼성증권·삼성카드 등이 모인 금융·가상자산 연합군이 형성됐고, 코인원과 코빗은 국내 대형 증권사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그룹을 중심으로 각기 전열을 형성했다. 빗썸 역시 기존 원화 실명계좌를 제휴 중인 KB금융과 함께 토스를 중심으로 협력 체계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팍스는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실명계좌 제휴 중인 전북은행과 함께 하반기 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래소와 금융사와 간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사업자별 영업 범위와 시장 형태를 규율하는 업권법(디지털자산기본법)이 부재해, 함께 사업 할 수 있는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하고 유통할지, 실물자산이 토큰화돼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되더라도 어느 플랫폼에서 유통·판매될지도 알 수 없다.

외국환거래 결제 영역도 마찬가지다. 미국 등 해외 입법을 토대로 한국도 이와 유사할 것이란 기대감 섞인 전망은 나오만 당국의 판단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한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뭐든 거래소를 걸쳐놔야 향후 사업 구상에 한 가지라도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와 기술 제휴할 수 있는 영역으로는 월렛 및 스테이블코인 발행 측면이 꼽힌다.

거래소 지분 투자에 적극적인 증권업계의 경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및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에 대비하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현물 ETF를 출시하기 위해 실제 현물을 확보해야 하는 과정에서 국내 거래소와 협업하면 수월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를 발행하려면 그만큼의 현물을 들고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며 “기관급 금액을 맞출 수 있는 해외에서 구해와야 하는데, 국내 거래소와 협업해 하면 이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래소가 디지털자산을 매매하고 변환하는 창구인 만큼, 향후 증권사의 다양한 자본을 토큰화시켜 거래되는 환경이 구축되면 유통 과정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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