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에 미국 소비심리 급랭…LA도 하락세

고유가 충격에 가계 부담 확대…미국 106개 대도시 중 낙관지역 단 1곳 뿐

소비심리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푸드마켓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사고 있다.<heraldk.com자료>

이란 전쟁 장기화의 여파가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 가계 예산을 압박하면서 미국 주요 대도시 전반에 경제 비관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계열사인 ACBJ(American City Business Journals)가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와 공동 발표한 ‘대도시 소비자심리지수(Metropolitan Consumer Sentiment Index·MCSI)’에 따르면, 4월 미국 소비심리는 장기 평균을 밑돌며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기존 분기별로 47개 도시를 대상으로 발표되던 이 지수는 현재 월간 기준으로 확대돼 미국 106개 주요 대도시를 분석하고 있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4월 조사에서 106개 도시 가운데 100을 넘긴 지역은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단 한 곳뿐이었다. 전국 소비자심리지수는 89.2를 기록해 2018년 이후 월간 수치 가운데 약 70%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로스앤젤레스(LA) 광역권 소비심리지수 역시 89.0으로 집계돼 전월(89.7)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모닝컨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리어(John Leer)는 최근 소비심리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지목했다. 그는 고유가가 단순히 연료비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 전반으로 영향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4월 소비심리지수의 세부 항목은 모두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다. 특히 구매 여건과 개인 재정 상태 관련 평가가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다.

다만 전국적인 소비심리 하락세 속에서도 지역별 편차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모닝컨설트는 현재 특정 도시 소비심리 변화의 약 20%가 전국 공통 요인이 아닌 지역별 경제 상황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플로리다주 펜서콜라가 가장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해당 지역 MCSI는 한 달 새 9.2포인트 상승한 101.9를 기록했다.

미국 내 소비심리가 가장 낙관적인 지역은 주로 선벨트(Sun Belt) 지역에 집중됐다. 텍사스주 킬린-템플(Killeen-Temple)과 조지아주 오거스타(Augusta)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더럼-채플힐(Durham-Chapel Hill)은 13.1포인트 급락한 74.2를 기록하며 가장 비관적인 지역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주 투손(Tucson)과 하와이 호놀룰루(Honolulu) 역시 최하위권에 포함됐다.

태평양 연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눈에 띠는 반등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에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화이트칼라 직종 고용 불안이 커지며 소비심리가 하락했지만, 4월 들어서는 개선 조짐이 나타났다. 서부 해안 경제가 기술 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아 AI 확산 과정에서 업계 스스로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술 산업에 대한 신뢰가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스턴을 중심으로 기술 산업 비중이 높은 뉴잉글랜드 지역 역시 소비심리가 개선된 몇 안 되는 권역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MCSI 출범 이후 꾸준히 소비심리를 주도했던 미국 남부 지역은 4월 들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이란 분쟁 종식과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쟁 장기화가 변수다. 연료비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비에너지 업종 기업들까지 비용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고, 한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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