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교섭 주도한 초기업노조, 1.8만명 탈퇴 러시…과반 지지선 무너졌다

지난달 20일 교섭 타결 2주 만에 조합원 급감
한때 7.6만명…4일 기준 5.8만명까지 떨어져
4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단일 과반노조 인정
두 달도 안 돼 과반노조 지위 잃어…대표성 약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노사협상 결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임금교섭 타결 2주일 만에 과반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이번 노사 협상 결과에 반발한 완제품 사업부문 조합원들에 이어 반도체 부문 내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조합원들까지 잇달아 탈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전체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5만8270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12만8881명인 점을 고려하면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절반인 6만444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지난 1월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수가 전체 근로자의 과반을 넘겼다고 주장하며 회사 측에 근로자대표 지위 확인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지난 4월 중순 고용노동부로부터 과반노조 및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획득하면서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단일 과반 노조의 탄생을 공식화했다.

임금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이 계속 늘어 한때 7만6000여명을 넘겼던 초기업노조는 지난달 20일 임금교섭 타결을 기점으로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이탈하면서 같은 달 28일 7만명 선이 붕괴됐다. 여기서 다시 1만명이 추가로 탈퇴하면서 과반노조 지위를 불과 두 달도 안돼 잃게 됐다.

초기업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들은 2·3대 노조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달 20일 1만6000명에서 이날 2만968명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노조 동행(이하 동행노조)은 지난달 초 230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날 2만115명을 기록하며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집행부가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모바일·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소속 조합원들이 대거 전삼노와 동행노조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내에서도 온도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DS부문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하면 약 31조5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쓰인다. 이 중 40%는 DS부문 구성원 전체에 똑같이 배분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사업부는 약 5억9000만원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받게 되지만 적자를 보고 있는 비모메리사업부는 약 1억62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 규모가 메모리사업부와 3배 넘게 차이가 나자 실망감을 토로하며 초기업노조를 잇달아 빠져나오고 있다.

DX부문 직원은 이보다 적은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받게 되자 노태문 DX부문장 면담을 요청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임금교섭에서 주도적인 역햘을 해왔던 초기업노조는 과반노조로서 노조위원장이 근로자위원을 직접 지명(위촉)해 노사협의회를 주도할 수 있었지만 과반노조 지위 상실로 대표성이 약화하게 됐다.

내년도 임금·단체협상을 위해 전삼노, 동행노조) 등과의 공조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지난 2024년 9월 진행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 지위는 전삼노가 2027년 2월까지 유지하게 된다.

앞서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DS부문과 DX부문 집행부를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을 추진하고, 오는 17일 총회를 열어 위원장 재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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