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선전으로 공세 쥔 젤렌스키, 푸틴에 “만나서 얘기하자” 평화 회담 ‘압박’

스위스, 튀르키예 등 언급하는 젤렌스키에
러 “모스크바에서 보자” 사실상 거부
트럼프 “내가 큰 역할” 환영하는 가운데
평화 협정 타결 가능성에는 회의론 우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평화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를 상대로 예상 밖의 선전을 하면서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평화 회담을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의 협상 압박이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수세에 몰리고 있는 러시아에 강한 협상 압박을 하고 있지만, 실제 협정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4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협상 기간 전면적인 휴전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푸틴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 우크라이나인들은 영구적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쟁 없는 삶이 무한히 더 낫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달성하고자 한다”며 평화 협정 기간 전면적인 휴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 제안이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3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회담 개최 가능성을 논의해 온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 국가들과 미리 조율한 것이라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제안은 최근 전세에서 불리해진 러시아에 협상을 압박하는 수(手)로 읽힌다. 러우전쟁은 4년 넘게 교착 상태를 이어오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느라 평화 회담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여기에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면적인 드론 공격에 러시아군의 손실이 커졌고, 러시아 내부에서도 전쟁에 대한 반발과 회의가 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은 이번 서한이 푸틴에 대한 대중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러우전쟁에서 사실상 손을 떼다시피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이 제안을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들이 회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기쁘며, 우리가 이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만난다면 정말 좋을 것이고, 그들은 그것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의 제안과 트럼프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아직 젤렌스키의 서한을 읽을 기회가 없었지만 나중에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전하면서 젤렌스키가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면 모스크바로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젤렌스키의 제안을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이다. 젤렌스키는 서한에서 모든 회담은 제3국에서 열려야 한다며,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여는 것을 거부했다. 젤렌스키는 스위스나 튀르키예, 혹은 아랍 국가들을 선택지로 언급했다.

푸틴은 이전에도 본인이 직접 나서 평화 회담을 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푸틴은 평화 협정의 최종 단계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젤렌스키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푸틴은 평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휴전하자는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휴전은 우크라이나의 재무장과 방어력 강화에만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푸틴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평화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지경학 애널리스트 알렉스 코크차로프는 이 서한이 회담 재개 가능성을 높이기는 하지만 향후 6개월 내에 평화 협정이 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코크차로프는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개선된 전장 상황을 이용해 회담을 압박하고 있는 반면, 푸틴은 여전히 외교를 러시아의 영토 획득을 확고히 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며 “더 장거리 공격, 러시아의 공습, 그리고 양측의 국내외 지지 기반에 대한 압박을 동반한 강압적 교섭이 심화하는 것이 더 실현성 높은 결과”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 적도 없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2024년 끝났다고 지적하며 그가 불법적으로 정권을 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통성이 없는 상대와 협상할 수 없다는 논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4년 5월에 공식적인 5년 임기가 끝났지만 전쟁 때문에 발동된 계엄법에 따라 대선을 보류한 상태다. 그는 의회 승인을 얻어 90일마다 집권을 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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