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으로 시작된 연합 음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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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M타운에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까지.
1990년대 말 팬덤을 하나로 묶은 ‘SM타운’의 패밀리십은 2026년 현재 ‘하이브식 멀티 레이블 연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았다. 각 레이블의 경계를 허물고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가 뭉쳤다. K-팝 패밀리 연합 음원이 또 한 번 정교한 화학작용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8일 하이브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 빌리프랩, 하이브x게펜 레코드에 따르면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가 오는 12일 오후 1시 협업곡 ‘아이코닉 바이 미스테이크(ICONIC BY MISTAKE)를 전 세계에 동시 발표한다.
세 팀의 만남은 일회성 이벤트지만 각기 다른 색깔과 음악적 문법으로 영미권 차트를 장악해 온 이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하이브 관계자는 “평소 챌린지 촬영 등으로 교류해온 세 팀은 언젠가 함께 무대에 서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업은 그야말로 3팀 3색의 만남이다. 세 팀의 음악적 토양과 서사가 완전히 다르다. 특히나 멀티 레이블 시스템 아래서 독자적으로 성장해 온 각 그룹의 만남은 저마다의 고유성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계기로 보인다.
세 팀 중 가장 선배인 르세라핌은 시련을 동력 삼아 전진하는 ‘독기’와 ‘타협 없는 주체성’을 아이덴티티로 삼는다. 최근 발매한 정규 2집 ‘퓨어플로(PUREFLOW)’ pt.1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0위에 진입, 싱글을 제외한 5개 앨범 연속 ‘톱 10’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타이틀곡 ‘붐팔라(BOOMPALA)’에서 보여준 라틴 하우스 리듬과 단단한 퍼포먼스 장악력은 이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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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
빌리프랩의 아일릿은 대중의 직관을 자극하는, 이른바 ‘아일릿 코어(ILLIT-Core)’를 구축해 온 그룹이다.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으로 K-팝 데뷔곡 최초이자 최단기 기록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에 동시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로 ‘빌보드 200’ 26위에 오르며 무서운 성장세를 입증했다. 아일릿은 10대들의 미묘한 심리, 캐치한 플럭(Pluck) 사운드를 다룬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의 합작 오디션을 통해 탄생한 캣츠아이는 태생부터 북미 주류 마켓을 정조준해왔다. ‘난리(Gnarly)’, ‘가브리엘라(Gabriela)’, ‘인터넷 걸(Internet Girl)’ 등을 빌보드 ‘핫 100’에 잇달아 안착시켰다. 지난 5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에서 ‘올해의 신인’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하며 북미 시장 내 확고한 지위를 확인했다. 서구권 팝 시장이 요구하는 탄탄한 보컬 블렌딩과 K-팝 특유의 정교한 군무 구조를 모두 소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싱글의 글로벌 대중성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이 뭉쳐 연합 음원을 발매한 ‘패밀리 앨범’ 문화는 K-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적 문법이다. 흥미로운 것은 세대마다 기획사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형태와 목적도 진화해 왔다는 점이다.
K-팝 패밀리 앨범의 시초는 1990년대 말 SM 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SM타운(SMTOWN)’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M은 1999년을 시작으로 매해 여름과 겨울을 책임지는 시즌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했다. H.O.T., S.E.S., 신화부터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로 이어진 라인업은 파편화된 팬덤을 SM이라는 ‘대형 브랜드’로 묶었다. SM이 K-팝 업계에선 전무후무한 기획사 팬덤 ‘핑크 블러드’를 가진 이유다.
비슷한 시기 YG엔터테인먼트 역시 1999년 ‘패밀레니엄(Famillenium)’을 발매, ‘YG Family’라는 브랜드를 확립했다. SM이 기획사 중심의 ‘가족주의’를 내세웠다면, YG는 지누션, 원타임, 페리 등이 참여하는 ‘힙합 크루’로서의 정체성과 음악적 뿌리를 공유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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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엠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2010년대 접어들며 패밀리 앨범은 디지털 싱글 중심으로 달라졌다. 2010년 ‘디스 크리스마스(This Christmas)’와 2016년 ‘앙코르(Encore)’를 발표한 JYP 엔터테인먼트는 수장 박진영의 프로듀싱 아래 선후배 아티스트 간의 유기적인 보컬 협업을 강조했다. 2011년 ‘플라이 소 하이(Fly So High)’로 포문을 연 큐브 엔터테인먼트(United Cube)는 소속 아티스트 전원이 참여하는 페스티벌형 사운드로 차별화를 꾀했다.
같은 해 ‘핑크 로맨스(Pink Romance)’를 시작으로 매년 겨울 음원 차트를 장기 집권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스타쉽 플래닛(Starship Planet)’도 성공 사례였다. 케이윌, 씨스타, 보이프렌드, 몬스타엑스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보컬리스트와 아이돌의 조화는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강타하는 흥행 보증수표였던 FNC 엔터테인먼트 역시 2018년 ‘잇츠 크리스마스(It’s Christmas)’를 통해 밴드와 댄스 그룹의 결합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실험했다.
‘패밀리 연합’의 문법은 시즌송이나 컴필레이션 앨범 형태를 넘어, 팀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일명 ‘어벤저스형 유닛’으로 진화했다. K-팝 기획 정교화를 선도해 온 SM 엔터테인먼트의 ‘슈퍼엠(SuperM)’과 ‘갓 더 비트(GOT the bea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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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캣츠아이 [하이브 제공] |
지난 2019년 10월 데뷔한 보이그룹 슈퍼엠은 샤이니의 태민, 엑소의 백현과 카이, NCT 127의 태용과 마크, 웨이션브이(WayV)의 텐과 루카스 등 7인의 멤버로 전열을 구축했다. 이들은 미국 캐피톨 뮤직 그룹(CMG)과 손잡고 처음부터 북미 주류 마켓 장악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데뷔 미니 앨범 ‘슈퍼엠(SuperM)’은 발매와 동시에 미국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 가수의 데뷔 앨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분산됐던 글로벌 팬덤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결합해 단숨에 시장의 정점을 타격한 K-팝 마케팅 공학의 기념비적 사례다.
2022년 1월엔 SM의 여성 아티스트 테마형 프로젝트 ‘걸스 온 탑(Girls On Top)’의 첫 번째 유닛인 ‘갓 더 비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보아를 필두로 소녀시대의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의 슬기와 웬디, 에스파의 카리나와 윈터까지 K-팝의 1세대부터 4세대를 관통하는 메인 보컬과 메인 댄서 7인이 뭉쳤다. 데뷔곡 ‘스텝 백(Step Back)’은 정통 SMP(SM Music Performance) 사운드를 계승한 강렬한 힙합 R&B 곡. 별도의 방송 활동 없이도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장기 집권함은 물론,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최고 25위,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최고 9위에 진입했다.
현재 성사된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의 결합은 멀티 레이블 시스템 안에서 독립적으로 성장한 그룹들의 ‘전략적 연대’다. 파편화된 플랫폼 환경에서 각기 다른 영미권 차트 강점을 지닌 팬덤 간의 ‘알고리즘 교차’ 방정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보면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는 오는 11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 신곡 무대를 최초 공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