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서 ‘비핵화’ 공개 언급 없더니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 길 지지”…북핵 ‘우회적 지지’라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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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 국빈방문을 앞두고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보내 북한과 세계다극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7년만의 평양 방문에 앞서 북한과의 전략적 소통 및 협조를 통해 세계 다극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1면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북중 관계에 대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략적 의사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에 위해를 주는 모든 야욕과 책동을 반대해야 한다”라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보편적 혜택과 포용적인 경제세계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시 주석이 언급한 ‘세계의 다극화’는 전 세계 패권을 쥔 미국의 위상에 도전하는 중국의 대외전략 중 하나다.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에 위해를 주는 야욕’이라는 대목은 최근 평화헌법을 개헌하고, 국방비를 증액하는 등 군사력을 강조하는 일본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하며, 직접적인 비판은 물론 유엔에서도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을 규탄해왔다.
시 주석은 이어 “4가지 전지구발기(全地球發起)를 실천에 구현하고 인류운명공동체건설을 함께 손잡고 추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대 전지구(全地球) 발기(發起)’는 시 주석이 2020년대 들어 주장해온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 글로벌 문명구상(GCI), 글로벌 거버넌스구상(GGI) 등을 북한식 표현으로 옮긴 문구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북중간의 친선 관계에 대해 “시대가 어떻게 바뀌고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여도 전통적인 중조(북중)친선은 언제나 불패의 것”이라 강조했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동안 6차례 만난 사실을 들며 “최고위급의 전략적 인도는 중조관계의 최대의 우세”라며 “최고령도자들이 방향을 제시하고 키를 잡아주고 있기에 중조관계라는 큰 배는 반드시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용감히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조에는 중조관계의 시대적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며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견결히 지지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녕,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 그리고 전후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남북관계나 비핵화, 한반도·조선반도 등 한반도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우회적인 표현으로 “서로가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 길을 따라 나아가는 데 대해 지지해줌으로써 두 나라의 정치적 안전을 확고히 수호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있다.
이는 북한이 강행하는 핵무력 고도화,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 등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지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미중정상회담에서도 공개 발언에서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고의적으로 비핵화 언급을 피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유된 목표(shared goal)’를 재확인했다”라는 언급이 있었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북한은 김여정 노동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목표를 확인했다는 미국의 발표는 완전히 허위”라 반박하기도 했다. 미중정상회담에서부터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침묵’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북한에 일부 힘을 실어주는 형태가 되고 있다.
시 주석은 다음달 11일인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양국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할 방침도 시사했다. 북중 상호원조조약은 양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군사적 원조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조약체결 65돐을 계기로 당과 정부, 군대들 사이에 여러 부문과 여러 급에서의 의사소통과 교류, 래왕(왕래)을 강화하고 쌍방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잘 이행함으로써 중조 관계 발전에 강력한 동력을 주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시작된 제15차 5개년계획, 북한에서 최근 마무리된 제9차 당대회를 거론하면서 “두 나라의 발전전략을 결합하고 각 분야의 협조잠재력을 동원하며 기회를 함께 나누고 공동으로 발전함으로써 두 나라 인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차례지도록 해야 한다”며 양국간 경제 협력 의지도 내비쳤다. 경제 협력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중국에 가장 바라는 의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부터 오는 9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을 국빈 방문한다. 지난 2019년 6월 20∼21일 이후 7년 만의 방북이며, 시 주석과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을 맞아 베이징에서 회동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