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스페이스X ‘블랙홀’까지…겹악재 직면한 코스피 [증시 ‘검은 월요일’]

우려 넘어 공포감까지…투자심리 위축
스페이스X IPO에 글로벌자금 쏠림 우려
거래소 긴급 점검회의…“시장 안정 총력”
전문가 “AI·반도체, 고금리가 최대 변수”


미국 반도체주 급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8일 장중 7400선 대로 급락했다.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국내 증시가 ‘3고(高) 위기’에 직면했다.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고금리와 고유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팔천피(코스피 8000)’ 시대를 반겼던 증시는 순식간에 7000선 초중반까지 급락했다.

여기에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산업 중심의 국내 증시는 더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선 ‘검은 월요일’이 단기 조정이 아닌 추세 전환의 시작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기준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1539.1원)보다 16.1원 올랐다. 환율 시초가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1590원) 이후 가장 높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18조원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44조원가량을 팔아치웠고, 6월에도 단 4거래일 만에 약 18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에도 외국인들은 장 초반 3000억원이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이에 8% 이상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까지 발동됐다. 코스피는 발동 당시 전 거래일보다 685.85포인트(8.40%) 내린 7474.74를 나타냈다.


문제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 서로를 자극 시키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데에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급등한 환율이 환차손 우려를 키우면서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는 우려다.

여기에 고금리 전망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국제 유가까지 상승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이는 다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인다. 결국 고환율과 고유가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증시를 짓누르는 구조가 형성될 우려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대형 성장주와 초대형 IPO 시장으로 집중되는 흐름까지 악재로 덮쳤다. 대표 사례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이다.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추진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모 목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약 1500억달러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 IPO가 단순한 개별 기업 상장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대규모 기관 자금이 스페이스X 공모에 참여하고자 현금 확보에 나서고, 그에 따라 신흥국 증시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 때문이다. 외국인 매도세의 한국 증시에 또 다른 수급 부담이 될 수 있다.

당국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거래소는 시장 불확실성을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집중 점검하고 불법 공매도 감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회의에서 “시장 급변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말고 안정적인 시장 운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금리, 유가의 흐름이 국내 증시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 외국인 수급 개선과 환율 안정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확대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따른 유가 상승이 있다”며 “시장 역시 향후 물가 지표와 통화정책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에 따른 금리 부담의 증가는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AI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AI투자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수혜의 크기와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예고 되어있는 AI산업에 있어 금리 상승은 조달비용의 문제를 넘어 지속가능성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이슈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태화·송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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