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넥타이부대 합세’ 저녁 밥까지 걸렀다…나흘 밤 넘는 올림픽공원 집회 [세상&]

오후 6시 기준 2700명 집회 참가
직장·학교 마치고 집회 현장으로


8일 오후 9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올림픽공원에 모인 집회가 나흘째 밤을 넘겼다. 평일 퇴근 후 달려온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까지 가세해 한밤에도 3000여명 가까운 인파가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지난 8일 오후 9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선 공원 내 시설 조명에 의지해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어둠 속에서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반복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경광봉을 켜고 길을 안내했다. 태극기를 그리던 자원봉사자들은 조명을 켜놓고 쉴 새 없이 태극기를 그리며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께 약 27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회 장소에 모였다.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점점 불어났다. 퇴근 시간이 넘자 올림픽공원역으로 정장 차림이나 출근할 때 입었던 차림을 한 직장인들이 모여들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구호도 하지 않고 어색한 듯 서있던 이모(36) 씨는 “살면서 집회는 처음 나와본다”며 “딸한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나왔다. 일산에서 퇴근 후 저녁도 거르고 이쪽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본권이 박탈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사태”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의 아이들이 문제를 겪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8일 오후 9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박모 씨 등 대학생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영기 기자


낮 동안 일정을 마치고 집회 현장에 온 건 직장인뿐만 아니었다. 연세대 3학년 박모(24) 씨는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 왔다”며 “사람이 많이 모여야 의견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해서 왔다”고 했다.

박씨는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일부 반발하는 의견도 있지만 주변에서는 대체로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 받지 못 했다는 것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있다”고 학내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안모(30) 씨는 “낮 동안 틈틈이 집회 현장 기사를 확인했다. 목소리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시들하게 사라질까봐 걱정이 돼서 퇴근하자마자 왔다”며 “집회가 이어지는 한 저녁마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녁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낮에는 다소 험악한 분위기도 조성됐다. 이날 4시께 한 집회 참가자 A씨가 일본 만화 주인공 가면을 쓰고 배회하자 다른 참가자들은 근거 없이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이다”를 외치며 쫓아냈다. 다른 참가자 수십 명이 의심받는 A씨를 둘러싸고 가족을 향한 욕까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근처에 있던 경찰이 개입해 더 이상의 충돌을 막았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훈련 물품을 꺼내오던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제지당하는 모습. [독자 제공]


이날 오전에는 훈련 물품을 찾기 위해 핸드볼경기장을 찾던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곤욕을 치렀다. 이들은 오는 24일 세계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연습이 예정됐는데, 핸드볼경기장이 봉쇄돼 연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인근의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훈련하려고 훈련 물품을 꺼내오던 중 집회 참가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선수들은 보내주자”, “직접 까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며 위협적인 장면까지 연출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집회는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내부에 개표가 끝난 송파구 투표함 380여개와 투표용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모두 철수한 상태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기준 기동대 350여명을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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