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의 은혜’ 韓 대표팀, 멕시코 원정지서 환대

2018 월드컵서 한국이 독일 꺾은 덕
멕시코 극적으로 조2위 토너먼트 진출
상대전적 우세 심리적 여유도 한몫


2026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역사 지구에 있는 보행자 전용 거리에 이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는 국가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7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한국상징 조형물 아래를 지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현지에서 환대를 받고 있다.

과달라하라 현지인들은 단순히 외국 선수단에 대한 의례적인 대접 수준 이상으로 한국 대표팀을 대하고 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선수단이 과달라하라에 입성하던 날 숙소 앞에는 500여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손’(손흥민)과 ‘꼬레아’(한국)를 목청껏 외쳤다.

현지인들은 “한국 형제, 당신은 이미 멕시코 사람이다”라며 친분을 강조한 인삿말도 건네고 있다. 심지어 선수가 아닌데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진 촬영이 쇄도할 정도로 열광적인 분위기는 도시 곳곳에 배어 있다.

이 같은 멕시코 현지인들의 환대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멕시코를 ‘구제’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당시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멕시코는 스웨덴에 0-3으로 대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려 있었다.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한국을 꺾기만 하면 멕시코는 짐을 싸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팀인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투혼을 발휘하며 이른바 ‘카잔의 기적’을 일으켰다.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극적인 골에 이어 손흥민(LAFC)이 텅 빈 골문을 향해 50m를 질주하며 터뜨린 쐐기 골은 독일을 완전히 침몰시켰다. 한국은 ‘경우의 수’가 엇갈려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지만, 이 2-0 완승 덕분에 멕시코는 극적으로 조 2위에 올라 16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사실상 멕시코를 탈락의 수렁에서 건져낸 셈이었다. 당시 멕시코 전역은 한국을 향한 고마움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한국인 형제여, 당신들은 이미 멕시코인이다”라는 이들의 구호 역시 이때 수백 명의 멕시코 축구 팬들이 멕시코시티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몰려가 환호하며 부른 게 시작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곳 과달라하라에서만 24년째 살고 있는 교민 강선구(41)씨는 “이곳은 한마디로 축구에 미친 나라”라며 “당시에는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목마를 당했다. 술집에서도 한동안 술은 전부 공짜로 마셨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과달라하라 한인회 회장인 이창선(50)씨도 “당시 아는 지인의 아들은 학교에 갔다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헹가래를 받기도 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열기였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현지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5월 멕시코시티 콘서트를 앞두고 대통령궁을 찾은 방탄소년단(BTS)을 보기 위해 소칼로 광장에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을 정도로 멕시코의 한류 열기는 뜨겁다.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의 민수이 원장은 “멕시코는 K팝과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곳”이라며 “BTS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한강 작가와 그의 작품명까지 꿰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한류에 대한 관심이 넓고 깊다”고 설명했다.

축구에 대한 열기 자체가 워낙 뜨거운 나라이기에 대표팀 ‘스타 선수’들의 인지도 역시 한몫을 톡톡히 한다.

멕시코 스포츠 전문 일간지 ‘레코드’의 알프레도 올리바레스(36) 기자는 “멕시코에서는 축구가 제1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정도는 다들 잘 안다”며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한국과의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대 전적에서 멕시코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멕시코 팬들이 한국을 ‘위협적인 적’보다는 ‘반가운 손님’으로 맞이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역대 남자 성인 대표팀 맞대결 전적에서 4승 3무 8패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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