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임대차 대책 보완 주문
“세제 개편 더 미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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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평가한 시민사회 좌담회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엇박자’가 지적됐다. 집값 안정을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보유세 정상화는 미루고 민간 공급 확대를 강조하면서 임대사업자 규제는 유지하는 등 정책 간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공공부문 공급 확대와 시장 과열 억제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면서도 남은 임기 동안 공급·세제·금융·주거복지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주거·부동산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동산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며 “여러 가구를 못 가지게 하지는 않지만 상응하는 부담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투기해서 땅을 사 모으면 돈이 된다는 믿음을 해결해야 한다”며 보유세 개편 필요성을 시사했다.
9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년, 주거·부동산 정책 평가와 이후 과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단기적인 시장 대응에 집중한 반면 장기적인 정책 방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주거·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띠었다”며 “대통령이 SNS를 통해 정책 의제를 제시하며 메시지는 선명해졌지만 정책 시행 주체들의 일체감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급·금융·세제 정책이 각각 발표될 뿐 이를 관통하는 정책 철학은 여전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문제로 정책 간 모순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는 서울 집값 억제를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정작 보유세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 정상화와 종합부동산세 체계 개편은 미루고 있다”며 “금융 정책과 세제 정책이 결합하지 못하면서 정책의 모순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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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매물 정보의 모습. [연합] |
이어 “강한 금융 규제를 시행하는데도 우리 사회 자금 흐름은 여전히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과 자산시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부동산 중심 금융 구조와 자산 불평등 체계를 바꾸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변호사도 공급 정책과 금융 규제 간 충돌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민간 공급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임대사업자를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일괄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임대사업자의 역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책적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정비사업 과정에서 이주비 대출까지 막아버리면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목적에 맞는 탄력적인 금융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민간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최 소장은 “정부가 실제 얼마나 노력하는지는 공공부문 실적으로 봐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공공부문 인허가와 착공 실적에서 윤석열 정부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울의 착공 실적은 여전히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와 실행 계획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제만 세종대학교 교수는 “민간에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 계획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보호 정책의 공백도 과제로 꼽혔다. 김대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전세 사기 피해 구제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세입자 주거 안정 대책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세입자 보호 강화 논의는 부족하다”며 “계약갱신청구권 확대와 임대인의 실거주 사유 갱신 거부 요건 강화 등 임대차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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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년, 주거·부동산 정책 평가와 이후 과제’ 좌담회의 모습. 정주원 기자 |
이날 좌담회에서는 향후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과제로 세제 정상화가 제시됐다. 김 처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은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며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부세 체계 개편 등을 통해 자산 불평등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보유세 정상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전문가들은 오는 7월 발표 예정인 세제 개편안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도 “정부·여당은 집값 상승 기대를 자극하기보다 부동산에 의존하지 않아도 삶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 교수는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소득 정체·연금·교육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