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광주 패키징 공장 신설 추진…반도체 생산기지 남하 가시화[비즈360]

삼성·SK, 호남권 반도체 공장 투자 다시 수면 위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앞두고 공장 유치 기대
수도권 중심 반도체 산업, 남부권으로 분산 가속
정부 ‘지방 균형발전론’ 부응…패키징 시설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 입장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다음달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호남권을 중심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시설 신규 투자방안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이달 말 청와대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 간의 간담회에서 양사의 세부 투자계획이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양사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존 계획대로 가고, 패키징(후공정) 같은 일부 시설을 지방에 추가로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연초 호남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였던 ‘반도체 생산시설 지방분산’이 다시 힘을 얻으며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맞물려 삼성·SK 공장 유치 재부상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10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맞물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지방 신규투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광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들을 나란히 붙이거나 수직으로 쌓아 올려 최종 제품 형태로 포장하는 단계다. 반도체 공정의 가장 끝인 후(後)공정에 해당한다.

웨이퍼에 회로를 미세하게 그리는 전(前)공정이 점차 한계에 다다르면서 그 대안으로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붙이거나 쌓아 올려 성능 향상을 꾀하는 패키징 후공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고대역폭메모리(HBM)만 보더라도 8단에서 12단, 16단으로 적층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새로운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충남 아산 온양과 천안에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호남 지역에 새 패키징 공장을 지을 경우 온양사업장 구축 이후 35년 만이다. 호남권은 첫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품게 된다.

부지로는 광주시에 조성 중인 미래차 국가산업단지와 KTX 장성역이 있는 전남 장성군 일대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 균형발전’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추가 생산능력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올 1월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총 19조원을 들여 첨단 패키징 공장(P&T7) 건설을 시작했다. 기존 HBM 생산기지가 위치한 청주에서 전·후공정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향후 패키징 시설을 추가 확충할 경우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국내 생산거점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패키징 공장을 충청권에 추가하거나 호남권에 새로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양사는 모두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지역 균형발전 기조 부응…전력·용수 문제 해결


SK하이닉스가 22일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서 에 총 19조원을 들여 구축하는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팹(fab) P&T7의 착공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 제공]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보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요청한 경우 산업통상부 장관은 해당 지역을 반도체산업 특화단지로 우선 지정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국가는 반도체산업 특화단지에 필요한 전력·용수·폐기물 처리·도로 등 기반시설을 신속하게 조성·지원해야 한다. 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 주재로 지난해 12월 열린 ‘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이 난제로 거론되면서 향후 새 반도체 공장은 호남권 등 지방에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에서 생산한 전력을 용인까지 끌어올리려면 전북과 충남 지역의 송전선로를 거쳐야 해 지역수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가급적이면 지역에서 (반도체 생산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을 강력 주장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홍역을 앓았다.

그러나 정치권과 반도체 업계에선 혼란을 막기 위해 용인 클러스터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고, 추가 투자는 지방으로 가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박경덕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난 2월 ‘K-반도체 트라이앵글 연속 토론회’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한 곳에 모아두면 전문인력을 수용하기 좋고 생산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자연재해와 지정학적 긴장, 에너지 공급 제약이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에너지와 용수를 다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 분산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클러스터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지방으로 분산하는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인력 확보를 과제로 꼽았다. 대학생들의 수도권 근무 선호 경향이 강한 만큼 지방으로 인재 유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대중교통과 주거 및 문화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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