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정원의 멋·라세느의 맛…롯데호텔 제주가 완성하는 ‘바다의 하루’

국내 호텔 첫 민간정원, 세계 디자인상 수상
정원·미식·바다 어우러진 제주 휴식의 정점


롯데호텔 제주의 입구. [롯데호텔 제공]


롯데스카이힐CC 제주에서 차로 10분을 달리면 독특한 자연 경관과 휴양시설이 밀집한 중문관광단지에 닿는다.

발길을 사로잡은 곳은 롯데호텔 제주의 ‘원생정원(原生庭園)’이었다. 2022년 9월 1년의 리뉴얼을 거쳐 선보인 녹색지대다. 제주 고유의 숲, 곶자왈을 모티브로 삼았다. 정원에서 해변가로 이어지는 광활한 풍경은 제주만 품을 수 있는 경이로움이다.

‘곶’은 숲을 뜻하는 순제주말, ‘자왈’은 가시덤불이다. 암석과 덤불이 뒤엉켜 만들어진 원시림을 닮았다. 세계 어디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제주만의 생태계다. 롯데호텔 제주의 원생정원은 이 곶자왈을 호텔 정원 안으로 옮겨 심었다. 야생의 숲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길들지 않은 숲의 결을 그대로 품었다.

입구부터 제주의 시간이 흐른다. 화사한 꽃 사이로 돌담이 놓여 있다. 제주 전통양식을 따라 돌담장인과 호텔 임직원이 직접 쌓아 올렸다. 돌과 돌 사이 틈새로 바람이 지나간다. 제주의 담은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함께 숨 쉬는 구조라는 걸, 이 돌담 앞에서 알게 된다. 동선을 따라 깊이 들어갈수록 녹음이 짙어진다. 장기간에 걸쳐 엄선된 수목들이 머리 위로 그늘을 드리운다.

빛은 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산책로 위에 흔들리는 무늬를 새긴다. 걷는 것만으로 온도가 내려가는 정원이다.

산책로 중간, 수변공간 ‘미러폰드(Mirror Pond)’가 기다린다. 낮에는 수면이 제주의 하늘과 숲을 그대로 비춘다. 구름이 지나가면 물 위의 풍경이 함께 흐른다. 바람이 불면 수면이 흔들리고, 하늘과 숲이 한데 섞여 경계가 사라진다. 밤이 되면 다른 표정이다. 곳곳에 배치된 조명이 수면 위에 별처럼 흩어진다. 하늘의 별인지 물속의 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밤. 같은 연못은 하루에 두 번,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원생정원은 2024년 6월,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산림청 지정 민간정원에 등재됐다. 전국 150곳의 민간정원 가운데 호텔이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인정했다.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4’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 본상을, 호텔 조경으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IDEA 2024’ 환경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굿디자인 코리아 어워드 2023’ 은상도 받았다.

정원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라세느(La Seine)’의 식탁으로 향한다.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한자리에 모은 업스케일 뷔페다. 창 너머로는 수평선이 길게 누워 있다. 접시를 들고 자리를 잡는 동안에도 시선이 자꾸 바다로 간다.

조식 뷔페는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한국 전통 죽과 국 종류, 현장에서 즉석 조리하는 오믈렛 스테이션, 베이커리가 나란히 놓여 있다. 시그니처는 ‘에그베네딕트’다. 수란의 정교한 익힘과 소스의 균형이 아침의 첫 입을 깨운다. 나이프를 대면 노른자가 천천히 흘러내린다.

정원을 걷고,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마치면 하루가 둥글게 마무리된다. 골프장에서 시작된 서귀포의 하루가 정원과 식탁을 거쳐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제주의 하루는 어디서 시작하든 결국 바다에서 끝난다. 파도 소리가 여는 달콤한 꿈은 덤이다. 제주=정찬수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