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변동성 연중 최고…정부 강력대응, NDF 투기판 잠재울까 [환율 잡기 나선 정부]

6월 변동률 1.5% 전월比 0.5%P↑
외국인순매도에 NDF 투기 더해져
약세 베팅→달러 수요↑→환율↑

새벽시간 영향 커…현물시장 충격
NDF 관리 강화…DF 시장 편입도
‘원화 국제화’ 달성시 소멸될 수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1500원 선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관계자가 환율을 비롯한 외환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외환당국이 최근 환율 쏠림의 원인을 NDF(역외선물환)라고 지목하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것은 그만큼 현재 고환율 상황이 경제 상황이나 수급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경상수지 누적 흑자 규모는 1026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다.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도 연달아 수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잠정치 기준 1.8%까지 올랐다. 3%대 연간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이면 외화 유입이 늘면서 환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외국인들의 연이은 주식 순매도세가 최근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순매도란 주식을 산 것보다 판 것이 더 많다는 의미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받은 원화를 달러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오르는 것이다. 9일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1조9850억원 순매도하며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현재 환율 흐름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로 환율이 오르면 NDF 시장에서 투기 세력이 환율 상승에 돈을 걸어 환율이 더 상방 압력을 받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환율 변동성도 커진 흐름이다. 이달(9일까지) 일평균 장중 저가 대비 고가 변동률은 1.5%에 달했다. 5월(1%)보다 0.5%포인트 오르며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NDF는 원래 자본 이동에 제약이 큰 신흥국 통화의 환 변동 위험을 헤지(회피)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거 원화가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노출이 적었을 때 NDF가 외국인들의 환헤지 수단으로 활용되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재 NDF 시장에서는 투기적 거래가 중심이 된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NDF 거래의 60~80%가 투기 목적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NDF란 한마디로 역외(해외)에서 미래의 환율 수준을 예측해 돈을 거는 계약이다. 현재 환율 수준으로 한 달 뒤 달러를 사거나 팔겠다고 미리 계약하는 식이다. 만약 한 달 뒤 환율이 오를 경우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달러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달러를 사는 쪽은 이득이다. 반대로 달러를 파는 쪽은 손해다. 환율이 떨어질 경우에는 반대가 된다.

특히, NDF는 실제 통화를 주고받지 않고 환율 변동에 따른 차액만을 정산한다. 만약 환율이 1500원에서 1600원으로 오를 경우 차액인 100원에 해당하는 금액만 주고받는 식이다. 이런 특성상 NDF는 적은 돈으로도 환율 흐름에 따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투기 세력이 쉽게 규모를 키울 수는 구조다.

NDF 시장에서 원화 약세, 즉 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나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등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게 된다. 그러면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추가로 오르는 식이다.

특히, NDF의 영향력은 새벽에 극대화된다. NDF의 또 다른 특징은 24시간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내 외환시장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열리는 반면 NDF 시장은 24시간 돌아간다. 따라서 새벽 2시부터 9시 사이에 NDF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그중에서도 뉴욕 장이 열리는 오전 6시까지가 핵심 거래 시간대다.

종합하면 새벽 NDF 시장에서 쌓인 환율 상승 압력이 국내 외환시장이 열리는 순간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여러차례 언급했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

당국은 NDF와 ‘전면전’을 선포하며 다양한 대응책들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NDF 시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NDF는 해외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현황 파악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NDF 시장과 국내 현물환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국내 외국계 은행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시장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10일부터 외국환은행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외국환 시세를 변동 또는 고정시키는 행위 등을 점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NDF 거래를 국내 DF(역내선물환)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DF 시장은 NDF와 달리 국내 외환시장에서 만기일에 실제 통화를 주고 받는 선물환 거래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나 거래 규모 등이 NDF에 비해 제한적이다. 당국의 가시권에 NDF 거래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당국에서는 가격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NDF 시장 참여자를 DF 시장으로 끌어들일만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원화의 국제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과거 보고서에서 “통화의 완전한 교환(fully convertible)이 보장되면 NDF 시장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달러, 유로, 엔화처럼 원화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교환된다면 NDF 시장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약해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현송 총재도 지난 4월 취임 이후 “원화의 국제화는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은 통화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 중요한 과제”라며 원화의 국제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한은은 오는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24시간 운영할 방침이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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