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만 다른 거 아냐” 서울 안에서 ‘20배’ 격차…여름에 꼭 필요한데, 우리 동네만 없다 [지구, 뭐래?]

서울 종로구 북악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도심 일대가 열기로 인해 빨간색을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우리 동네, 유독 덥다 했더니…”

서울 안에서도 천차만별로 벌어지는 부동산 가격.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차이가 발생하는 필수 여건이 있다.

바로 ‘녹지’. 말 그대로 풀이나 나무가 우거진 공원이나 숲 등을 의미한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 조성된 녹지는 단순히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는 데만 쓰이는 공간이 아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 설치된 쿨링포그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폭염의 강도가 극심해지는 지금. 녹지는 인근 기온을 떨어트려, 주민들의 쾌적한 삶을 보장하는 ‘필수 요소’가 된다.

그러나 서울의 녹지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 1인당 녹지 면적이 자치구별로 최대 20배가량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소득이 낮은 지역에 녹지가 부족한 ‘기후 불평등’ 현상도 포착되는 상황. 도심 녹지 비율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기로 인해 온습도계 뒤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0일 지리정보시스템과 위성 데이터 등을 활용해 서울시 자치구별 녹지 면적과 접근성 등 사항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1인당 녹지 면적은 약 18.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5.5평 정도인 셈.

하지만 이는 평균 숫자일 뿐이다. 자치구별 차이는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가장 녹지 면적이 큰 자치구는 서초구(19.6㎢)로 동대문구(1.3㎢)의 15배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녹지 면적 차이는 최대 20배에 달해,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 있는 건물 외벽에 줄지어 걸린 에어컨 실외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울 25개 자치구 중 1인당 녹지 면적이 작은 구는 동대문구(3.61㎡), 영등포구(4.69㎡) 순이었다. 비교적 넓은 곳은 종로구(75.61㎡), 서초구(48.64㎡) 등 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과 같은 도심의 경우 비도시 지역에 비해 기온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도시를 구성하는 건물, 도로, 콘크리트, 자동차 등에 의해 열이 극대화되며 도시 중심부의 온도가 올라가는 ‘열섬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북악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도심 일대가 열기로 인해 빨간색을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 가운데 녹지는 햇빛을 반사하고, 수분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녹지의 역할은 여름철 ‘폭염’이 닥칠 때 그 위력이 더 크게 발휘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녹지 면적에 따라 자치구별 지표면 온도 또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그린피스는 녹지 면적 증가와 지표면 온도 하락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4년 6월 18일과 8월 29일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녹지 면적과 지표면 온도를 분석한 결과, 녹지 면적이 1㎢ 증가할 때마다 지표면 온도가 약 0.23~0.25도씩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서울 마포대교를 찾은 한 시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이상섭 기자


녹지 면적이 가장 작은 동대문구는 해당 일자 지표면 온도가 각각 43도, 42.7도를 기록하며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녹지 면적이 가장 큰 서초구의 온도는 37.8도, 38.1도였다. 또 녹지 면적 크기 상위 4개 자치구(서초·노원·관악·강북)는 모두 해당 일자 기온이 서울 내 하위권이었다.

평균적으로 서울 시민의 녹지 접근성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가 분석한 다수 연구에 따르면 도심 녹지는 인근 100~300m 거리의 기온을 냉각하는 등 폭염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 등에서는 녹지 접근성 거리 기준을 주거지 내 300m 이내로 설정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부채와 손으로 뜨거운 햇살을 가리며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임세준 기자


이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 시민 중 녹지 접근성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은 총 24만5000명에 해당한다. 녹지 접근성 거리 기준을 100m로 좁힐 경우, 그 숫자는 크게 는다. 약 420만명이 녹지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확인된 것. 서울 시민의 절반가량이 폭염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소득이 낮고 녹지가 부족한 지역에 ‘폭염’ 피해가 집중되는 현상도 포착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취약계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서울 내 녹지가 가장 적은 동대문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자치구 중 하위 19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1인당 녹지 면적이 서울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인 구로구의 소득은 하위 18위 수준이다. 반면, 전체 녹지 면적과 1인당 녹지 면적 모두 상위를 기록한 서초구의 소득 수준은 전체 2위다.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미 뜨거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되어가는 도시에서 이제 시민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녹지를 확대하고 자연 숲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기후 적응에 취약한 녹지 소외 지역을 먼저 살피고,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녹지 확대에 세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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