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진한 고소함에 외국인 구매 급증
들기름 오메가3 강점, 건강식으로 주목
서양요리와 조화, 글로벌 식재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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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방앗간에서 파는 국산 참기름. 육성연 기자 |
“어제도 미국과 싱가포르 사람이 참기름을 사가면서 향이 너무 고소하다고 하더군요. 외국인들은 참기름이 자국에서 쓰는 기름과 너무 달라서 놀랍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내 방앗간. 가게 안쪽에 놓인 압축기에는 볶은 깨에서 기름을 짠 후 남은 찌꺼기가 놓여 있었다. 국산 참기름의 한 병 가격은 3만원. 중국산(1만1000원)보다 비싸지만 외국인의 구매가 늘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는 배철규 사장은 “외국인들의 전통 시장 방문이 많아지면서, 직접 짠 기름을 사러 방앗간에도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올리브유의 인기가 높아진 반면, 해외에선 한국의 전통 기름이 ‘K-오일’로 주목받고 있다. 고소한 향이 진한 데다가, 최근에는 전통 시장 아이템으로도 떠올랐다.
주 배경은 K-푸드 열풍이 ‘전통 식재료’까지 번지는 현상이다. 비빔밥이나 나물무침 등을 맛본 외국인들은 음식의 고소한 맛을 내는 한국 기름에 호기심을 갖는다.
미국 뉴욕 한식 파인다이닝(고급 식당) ‘주옥(JOO Ok)’의 신창호 오너 셰프는 “해외에서 한국의 전통 기름이 한식의 인기와 함께 독특한 향과 맛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서 한식으로 미쉐린 2스타를 받은 유명 셰프다.
우선 한국의 전통 기름은 다른 오일 종류보다 고소한 향과 맛이 강하다. 이런 특징에 활용법에도 차이가 난다. 신창호 셰프는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오일들이 샐러드나 조리용으로 폭넓게 활용된다면, 참기름·들기름은 주로 음식의 마지막 단계에서 향을 더하는 역할로 사용된다”고 했다. 비빔밥에 넣어먹는 참기름처럼 완성된 음식에 풍미를 더해준다는 설명이다.
물론 참기름과 들기름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사용한다. 참기름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많이 쓴다. 시장조사기관 인덱스박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으로 참기름 소비국 1위는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산 참기름은 고소한 풍미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깨를 ‘고온’에서 볶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참기름은 연한 색에 향도 은은하다. 들기름은 참기름과 달리 우리나라 소비가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그로스 보고서는 “2024년 전 세계에서 들기름 소비가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이라며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관광 트렌드도 전통 기름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광장시장이나 부산 국제시장 등 한국 정서를 체험하는 전통 시장들이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시장 내 방앗간도 입소문이 났다. 갓 짜낸 기름의 향을 직접 맡고, 병에 담긴 신선한 기름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외국인 구매가 늘자, 일부 가게에서는 귀국까지 안전하게 담아가도록 공기 완충재로 개별 포장을 해주기도 한다.
외국인 중에는 일본인 방문이 많다. 현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한국 전통시장 내 방앗간 위치를 알려주는 콘텐츠도 등장했다. 특히 일본의 유명 가수 사시하라 리노가 유튜브에 올린 ‘참기름 라면’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라면을 끓인 후 마지막에 한국 참기름을 뿌려 먹는 영상이다. 그는 “향이 일본 제품과 다르다”며 “갓 짜낸 참기름이라 정말 맛있다”고 감탄했다.
실제 전통 기름은 라면과 같은 면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배철규 ‘월드컵기름’ 사장은 “여름에는 시원한 비빔라면에 참기름을 넣어 먹으면 맛이 좋다”고 소개했다.
영양 측면에서는 어떨까. 건강식으로 알려진 올리브유와 비교하면, 현대인에게 부족한 ‘오메가3’와 ‘오메가9’ 지방산의 구성이 다르다. 들기름의 강점은 ‘오메가3’다. 국제학술지 어드밴시스 인 트래디셔널 메디신(Advances in Traditional Medicine 2011)이 다룬 인도 논문에 따르면, 들기름은 식물성 오일 중 오메가3가 가장 많다. 54~64%가 들어 있다.
올리브유의 주성분은 오메가3가 아닌, ‘오메가9’다. 70~80%를 차지한다. 참기름은 오메가 9가 35~45%, 오메가6이 40~45% 들어 있다.
신 셰프는 “들기름은 오메가3 함량이 높아 건강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참기름은 특유의 고소한 향과 함께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고 했다.
향후 글로벌 외식업에서 두루 쓰일 잠재력도 있다. 신 셰프는 “최근 셰프들이 들기름을 파스타, 생선 요리, 샐러드 등 서양 요리에도 쓰면서 전통 기름의 확장성이 넓어지고 있다”며 “뉴욕의 우리 식당에서도 한식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조합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성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