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스페인 성가족 성당 최고탑 봉헌…“전쟁 부추길 수 없어” 평화 메시지

가우디 걸작 중 그리스도 탑 144년만에 완성
성가족 성당, 172.5m 세계 최고높이 교회 등극
교황 “예수 믿으면서 전쟁 부추길 수 없어” 反戰 강조

교황 레오14세가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성가족성당)의 예수 그리스도 탑 준공식에서 탑을 축복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시간) 건축계의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 중앙탑을 축복하며, 전쟁과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이날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식에서 이를 축복하고 봉헌하면서 “돌과 색채, 빛으로 만들어진 도드라진 교리 교수이자 건축학적 걸작”이라며 극찬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모두 이 건물의 살아있는 돌들”이라 칭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하나의 기념비를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전되는 일”이라며 “이는 하느님이 계속 끌어 나가시는 과업이라는 점에서 기독교인의 삶이 늘 하나의 여정이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스페인 내 카탈루냐 지역 특유의 방언), 라틴어가 섞인 강론에서 전쟁과 폭력, 무관심에 반대한다며 평화와 관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예수를 믿으면서 전쟁을 부추길 수 없고, 예수를 믿으면서 무고한 이들을 죽일 수 없다”며 “우리는 예수를 믿으면서 고통받고 눈물 흘리며 가난을 피하고자 사람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 최근 전쟁과 이주민 차별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레오 14세의 당부에 ‘교황이 이란의 핵보유에 찬성한다’는 궤변을 주장해, 보수 세력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교황은 강론을 마친 후 성당 밖 ‘탄생의 파사드’ 앞에 설치된 외부 단상에 올라 성수를 뿌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했다.

이날 행사는 시복(가톨릭에서 특정 인물을 성자 이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것)을 추진 중인 가경자 가우디의 100주기와 예수 그리스도의 탑(172.5m) 완공을 알리며, 성가족 성당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지난 6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교황의 스페인 방문은 성가족 성당의 완공을 축복하는 행사가 주 일정일 정도로, 성가족 성당이 중심이 됐다. 성가족 성당은 ‘신의 건축가’라 불리는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 이 코르네트의 대표 걸작으로, 1882년 착공해 145년째 건설중인 건물이다.

성당은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영광을 상징하는 3개의 파사드가 외벽을 형성하고 있다. 위로는 탑 18개가 솟아오르는 형태다. 4대 복음서의 저자인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의 탑(각 135m)이 예수 그리스도의 탑과 성모 마리아의 탑(138m)을 에워싸는 형상이다. 탑 외부에는 파사드 3개에 4개씩 12사도(예수의 제자)의 탑이 있는데, 공사 중인 ‘영광의 파사드’ 쪽 탑 4개는 여전히 완공 전이다.

가우디는 신의 섭리는 자연에 들어 있다는 신념하에 숲을 형상화해 기둥을 만들었고, 내외부의 모든 구조물에도 가톨릭의 상징을 담았다. 덕분에 이 성당은 외부는 ‘돌로 지은 성경’이고 내부는 ‘기둥과 빛이 이루는 경이의 숲’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날 미사와 축복식에서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살바도르 이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등 고위 인사들과 시민 등 약 8000명이 참석했다. 인근 거리에도 수만명의 신자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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