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트코인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비트코인이 정부의 정책자산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근 주목할 변화는 5월 하원에 발의된 미국 준비자산 현대화법이다. 이 법안은 재무부 안에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설치하고, 비트코인이 아닌 디지털자산은 별도 비축고에서 관리하도록 한다. 대상은 형사·민사 몰수 절차나 민사 벌금으로 연방정부가 확보한 적격 비트코인이다.
이 법안의 의미는 비트코인을 국가자산 관리체계 안에 넣는 데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자가 없고,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특정 기업의 사업성과에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보유한다는 것은 비주권 디지털 희소자산을 국가 대차대조표의 보조 자산으로 편입하는 행위다.
전략적 준비금에 들어간 비트코인은 최소 20년간 매각, 교환, 경매, 담보 설정, 처분이 금지된다. 20년 후에도 2년마다 최대 10% 매각 권고만 가능하다. 과거 압수자산으로 관리되던 비트코인을 장기 준비자산으로 재분류하려는 설계다.
법안은 재무부가 분기별 준비금 보고서를 공개하고, 보유량과 거래내역, 개인키 통제 여부를 암호학적으로 증명하도록 한다. 독립 제3자 감사인과 회계감사원의 감독도 요구한다. 비트코인이 국가자산이 되면 보관을 넘어 공개 검증, 회계, 감사, 책임 구조가 함께 필요해진다.
연방기관도 보유·압수·통제 중인 비트코인과 기타 디지털자산을 재무부에 보고하고, 준비금과 비축고가 운영 가능해지면 이를 이전해야 한다. 법안은 주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금 안의 분리계정에 보관할 수 있는 구조도 둔다. 소유권은 주정부에 남고, 포크나 에어드롭 자산에 대한 권리도 주정부가 유지한다. 연방 준비금은 주정부 보유 비트코인의 공동 수탁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법안은 비트코인을 디지털자산 포트폴리오의 기준자산처럼 배치한다. 비트코인이 아닌 디지털자산은 별도 비축고에서 관리되며, 재무부는 이를 매각·교환·전환할 수 있다. 그 수익은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확대 또는 국가부채 감축에 사용된다. 추가 취득도 신규 차입, 신규 과세, 적자 지출 없이 예산중립 원칙 아래 검토된다. 미국의 비트코인 정책은 매입 경쟁에서 국가자산 관리체계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구조가 만드는 생태계 변화도 크다. 준비금 법안은 비트코인 보유, 전문 수탁, 공개 감사, 준비금 증명 시장을 키우고, 기타 디지털자산의 처분·전환 시장도 만든다. 여기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미국 규제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 상장을 허용하면서 가격발견, 헤지, 레버리지 거래도 미국 규제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비트코인 생태계는 현물 매매 중심에서 공공 보유, 제도권 수탁, 준비금 증명, 파생상품, 담보·헤지, 기관 리스크관리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도 같은 문제 앞에 서 있다. 국세청은 올해 압류 가상자산의 위탁 보관관리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련 업무에 착수했다. 그러나 개별 기관 단위의 보관 위탁을 넘어 국가가 보유하는 디지털자산의 분류, 수탁, 회계, 감사, 처분 기준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미국의 움직임은 비트코인을 시장자산에서 정책자산으로 옮기는 실험이다. 한국도 이제 국가 차원의 디지털자산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김종승 엑스크립톤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