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변속기 물량 45% 현대트랜시스로 이관 추진…노사 ‘일자리’ 갈등 재점화

변속기 생산 물량 36만→20만대 추진
자체 생산 대신 계열사 현대트랜시스로 생산 이관
내연기관 부품↓…울산공장, 친환경차 전환 속도
노조 “알짜 생산라인 외주화 반대”
성과급·AI 도입 이어 일감 이슈까지 노사 갈등↑


현대자동차의 울산 1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아이오닉 5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의 변속기 생산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판매가 둔화된 일부 내연기관용 변속기 물량을 계열사로 분산하고, ‘본진’인 울산공장은 하이브리드·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양산 체제 구축에 집중하려는 포석이다. 이에 노조가 “일감이 계열사 등으로 빠져나가 장기적인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감 외주화’ 문제가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와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울산공장 엔진변속기사업부가 맡아온 변속기 생산 물량을 기존 36만대에서 20만대 수준으로 약 45% 줄이는 방안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내연기관용 변속기를 생산하던 일부 라인을 정리해 전체 생산능력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판매가 둔화된 일부 차종의 내연기관용 변속기 자체 생산은 외주화를 통해 줄이고, 수요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대응을 위한 생산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지난해 말 완공된 전기차 전용 공장이 오는 9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데다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신형 그랜저 등 하이브리드 차종 수요도 늘면서 관련 변속기 물량 재배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앞서 2024년에도 베뉴와 캐스퍼 등에 탑재되는 소형 가솔린 엔진인 카파엔진의 국내 생산을 종료하고,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협력사 등으로 물량을 이관한 바 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구동시스템 TMED-II 개념도. TMED-II는 P1·P2 모터를 함께 적용해 성능과 연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 제공]


노조 “알짜 라인 빠진다”…현대트랜시스 물량 확대에 반발


노조는 “알짜배기 가공 라인은 싹 다 빼고 생산 능력을 반토막 내겠다는 건 현장을 다 죽이겠다는 소리”라며 일부 라인에서 특근까지 거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줄어드는 기존 변속기 물량을 대신할 대체 물량을 어느 생산 주체가 맡는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체 생산 물량을 줄이는 대신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의 생산 물량을 40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현대트랜시스는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에 맞춰 관련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트랜시스 노사는 전동화 전환 대응 차원에서 전륜 P1 모터 생산 증량을 위한 신규 라인 구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신규 라인은 충남 서산 성연공장에 들어설 예정이다.

2025년 현대트랜시스 실적


팰리세이드 변속기 물량 ‘당근책’


현대차는 노조 반발을 달래기 위해 수요가 견조한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용 TMED-II 물량 일부를 울산 엔진변속기사업부에 배정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출시될 신형 투싼,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등에도 TMED-II가 적용되는 만큼 향후 울산 엔진변속기사업부의 미래 일감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노조 측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TMED-II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기존 TMED-I이 단일 모터 기반인 것과 달리 P1·P2 모터를 함께 적용해 성능과 연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월 팰리세이드에 처음 적용된 데 이어 지난달 출시된 신형 그랜저에도 탑재됐다.

현재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용 TMED-II는 현대트랜시스 서산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현대차에 공급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구동계 부품은 기술 난도가 높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꼽힌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현대트랜시스는 전년 대비 16.5% 증가한 14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27% 급증한 3360억원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3조8072억원을 올렸다.


커지는 하이브리드 시장…미래 일감 확보전으로 번져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변속기 물량 조정이 단순한 생산 효율화 문제가 아니라 향후 일자리와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하이브리드차(변속기 및 구동계 부품 포함)는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을 떠받치는 핵심 차종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63만7000대를 판매했고, 올해는 77만1000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현대차 전체 판매 전망치인 약 415만대의 21%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물량만 43만대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부품 생산 주체를 둘러싼 노사 간 신경전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22년, 2024년에도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현대차 노조는 변속기 자체 생산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팰리세이드 물량까지 우리 손으로 만든 변속기가 들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외부 생산 확대로 남은 물량마저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핵심 차종이 됐다”며 “현대차가 해외 생산 물량을 늘리는 가운데 부품 물량까지 계열사 중심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겹치면서 국내 생산 현장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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