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이라도 더 싸게”…韓 전기차 시장, 가격 경쟁 불붙었다 [여車저車]

아이오닉5 최대 160만원 인하…폴스타4도↓
가격 인하 효과 ‘모델 Y’ 5월 판매 1위
신차 반응까지 여파…볼보·지커 ‘상반’
물류비·환율 부담 상승에 “수익성 우려”도


서울 시내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테슬라의 모델 Y가 가격 인하 후 지난달 월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수입차 업체들이 ‘가성비’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국내외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몸값 낮추기 경쟁에 돌입하면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안방 사수를 위해 할인 공세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부담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브랜드들은 최근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 가격을 내렸다. 현대차는 ‘2027 아이오닉 5’의 트림을 재편하며 최대 160만원 판매가를 인하했다. 기존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일부 사양을 최적화한 모던 트림은 160만원, 기존 프레스티지 트림의 사양을 최적화한 프리미엄 트림은 90만원 가격이 낮아졌다.

폴스타는 차값 인하에 더해 옵션 가격까지 조정에 나섰다. 2027년형 ‘폴스타 4 쿠페’는 리어 모터 트림의 가격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고, 듀얼 모터 트림을 기존 대비 200만원 낮춘 6990만원에 책정했다. 더불어 나파 업그레이드, 일렉트로크로믹 글래스 루프 등의 옵션 선택 비용을 각각 50만원씩 인하했다.

연식을 변경하며 판매가를 최대 160만원 인하한 2027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물가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차값이 역으로 낮아지는 이유는 최근 수입차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모델의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모델 Y 프리미엄 RWD’ 판매가를 4999만원으로 300만원 낮춘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모델 Y의 신규등록은 지난달 87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했다. 이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포함해 가장 높은 수치로, 전기차와 수입차가 월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볼보의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X30 역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판매가 늘었다. 지난달 신규 등록된 차량은 3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75% 늘어났다. 볼보는 지난 3월 ‘EX30 코어’ 가격을 3991만원으로 761만원 인하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EX30은 가격 인하 후 2주 만에 신규 계약이 2000대를 넘겼다.

주요 완성차 브랜드 전기차 가격 인하 표.


업계에서는 중국산 차량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전기차 가격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전기차는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의 모델 Y와 BYD 등이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도 수익성을 다소 포기하는 대신 소비자들의 눈높이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전기차는 개발비, 마케팅비가 높아 높은 수익성을 올리기 어렵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당장의 수익성 대신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차 ‘ES90’. [볼보 제공]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신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볼보는 이달 차세대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의 국내 판매가를 7000만원대로 확정했다.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는 7000만원 초중반, 트윈 모터는 7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유럽 판매가격이 7만유로(약 1억2000만원)임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프리미엄 전기차를 표방하며 한국에 진출한 지커는 높은 판매가를 책정해 소비자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커코리아에 따르면 ‘7X’의 판매가는 5299만원부터로, 테슬라 모델 Y RWD 대비 300만원 비싸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가 정책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인 수입차 브랜드 트랜드를 역행하고 있다는 아쉬운 평가도 나온다.

다만, 원화 가치 하락과 원자재 가격 인상이 더해지며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 여파로 차량을 한국 시장으로 운송하는 물류비와 생산비용이 지속 상승하는 반면, 가격 할인에 원화 가치 하락까지 더해지며 본사에서 체감하는 한국 시장 매출과 이익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과 수익성을 두고 본사와 치열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장 환율이 20% 오르면 가만히 있어도 수익성이 그만큼 하락하는데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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