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광고판도 걸렸는데 월드컵 분위기 왜이래?…‘개최국’ 미국 무관심인 이유

월드컵 기간 겹친 NBA 파이널…“뉴욕 닉스 외 관심 없어”
티켓가격 부담도 한몫…가장 저렴한 가격이 150만원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L.A. Live의 한 건물에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의 모습이 담긴 광고판이 전시돼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본격 막을 올렸지만, 정작 개최국인 미국에선 시큰둥한 분위기다. 일부 시민들은 월드컵이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개최국인 미국에서 이 같이 관심이 낮은 이유는 뭘까.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인들이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이 자국에서 열렸음에도 정작 관심은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월드컵이 시작됐지만 미국은 아직 축구보다 농구와 미식축구에 쏠려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개최도시에서는 월드컵보다 NBA 파이널이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뉴욕의 친정팀 뉴욕 닉스가 NBA 파이널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뉴욕 닉스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NBA 파이널에서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1973년 이후 53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이로 인해 뉴욕 맨해튼 거리 곳곳에선 뉴욕 닉스 팬들이 차량 위에 올라 환호했고, 술집마다 농구 경기를 지켜보는 인파로 가득 찼다고 BBC는 전했다.

한 뉴욕 닉스 팬은 BBC에 “솔직히 월드컵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며 “지금은 뉴욕 닉스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팬 역시 “NBA 파이널이 끝나면 그때 월드컵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NBA 파이널 4차전 뉴욕 닉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기를 관람하며 팬들이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AP]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NBA 결승 4차전 경기를 관람하는 닉스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AP]


물론 미국 전역이 월드컵 개최 분위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뉴욕의 지하철은 월드컵 참가국 대표팀의 색상으로 꾸며졌고 타임스스퀘어에는 리오넬 메시의 대형 광고판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일상 속에서 월드컵의 존재감은 아직 크지 않다고 BBC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LA)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공항 주변과 도심 곳곳에 월드컵 홍보물이 설치됐지만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회 개막이 임박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BBC에 “월드컵이 열린다고요? 누가 출전하나요?”고 되묻기도 했다.

보스턴을 찾은 한 스코틀랜드 팬은 “우체국 직원이 왜 미국에 왔냐고 묻길래 월드컵 때문이라고 했더니 휴가를 온 줄 알더라”며 “스코틀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도 월드컵이 열리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월드컵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부족한 이유는 천정부지로 오른 티켓 가격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대표팀 개막전을 앞둔 시점에도 입장권은 남아 있었지만 가장 저렴한 티켓 가격이 1120달러(약 150만원)에 달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운 셈이다.

LA에 거주하는 크리스 BBC에 “딸 둘 모두 축구를 하고 있어 월드컵을 정말 좋아하지만 결국 집에서 볼 예정”이라며 “티켓 가격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의 입구 모습. [EPA]


다만 월드컵이 본격 시작되면서 시민들이 점차 대회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래리 프리드먼 LAFC 공동대표는 “지금까지는 천천히 관심이 쌓여왔지만 대회가 시작되면 폭발적으로 열기가 커질 것”이라며 “LA는 세계 각국 출신 주민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 만큼 응원 열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 흥행 여부가 미국 대표팀 성적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토너먼트에서 선전할 경우 관심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BBC는 “실제로 최근 미국 대표팀 공개훈련에는 5000명 규모 행사에 3만명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몰렸다”며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계기로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가 출범하는 등 축구 인기가 확산했던 것처럼, 이번 대회 역시 미국 축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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