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없이 개방…250억달러 이란 동결자산 해제” [미-이란 종전]

미·이란 종전 MOU 최종안 윤곽
호르무즈 개방후 핵·제재해제 협상 등 14개항
HEU 이란내 희석 수용…미국 해상 역봉쇄 해제
미국 3000억달러 재건기금 조성·미군철수 포함
이란 미사일·대리세력은 후속 협상서 제외
60일 벌었지만 이란핵·동결자금 놓고 험로예고

 

한 여성이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14일(현지시간) 성조기의 날(Flag Day)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해 열린 보트 퍼레이드를 향해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 문구가 새겨진 깃발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합의문 초안과 최종안의 윤곽이 잇따라 공개됐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고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란 영토 내에서 희석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의 해외 동결자금 250억달러를 반환하고 원유 제재를 유예하는 방안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조율 중인 종전 MOU 최종안에 호르무즈 해협 즉각 개방과 핵 프로그램 제한 방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이란 반관영 메르통신도 협상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전략 고문 메흐디 모하마디의 설명을 인용해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MOU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최종 체결 직전 단계의 설명으로 실제 합의문과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초안 설명은 이란 측 입장을 중심으로 작성된 만큼 향후 미국 측 설명과 상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종안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획득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모든 상업용 선박에 즉시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에 상응해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원유 제재를 일정 기간 유예하기로 했다.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를 때까지 새로운 대이란 제재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포함됐다.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250억달러(약 33조5000억원)를 반환하는 방안이 MOU에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은 직접 송금과 금융 신용공여, 역내 국가 간 금융 협력 등의 방식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란 측이 공개한 초안에는 보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담겼다. 초안은 이란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추가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란 측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대신해 휴전을 보증하는 구조 자체가 전례 없는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안에는 미국의 대이란 해상 제한 조치를 서명과 동시에 해제하고 30일 이내에 해운 활동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이 이란 선박 운항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치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운영 문제를 둘러싼 해석 차이도 존재한다. 로이터가 전한 최종안은 해협의 즉각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란 측은 현재 시행 중인 항행·안전 서비스 수수료 체계는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관련 권한이 자국과 오만에 있으며 향후 어떤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변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초안에는 3000억달러 규모의 개발·재건 기금 조성 방안과 미국의 이란 주변 지역 미군 철수 약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를 사실상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경우 1차 제재와 2차 제재를 모두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핵 문제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이란 우방국으로의 이전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로이터가 전한 최종안에는 이란 영토 내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안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기존 요구를 상당 부분 철회한 셈이다.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제조의 핵심 재료로 꼽힌다. 미국은 물리적으로 우라늄을 제거해야 재무장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란은 해외 반출 자체를 주권 침해로 간주해왔다. 결국 양측은 우라늄을 해외로 보내지 않고 농도를 낮추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희석 방식에 대한 해석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 측은 희석된 핵물질도 국내에 보관되며 필요할 경우 단기간 내에 다시 농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사실상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의 검증 체계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양측은 앞으로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와 동결자금 해제를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이번 MOU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정치적 합의 성격이 강한 만큼 핵심 쟁점 대부분이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

협상 의제는 우라늄 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대이란 제재 완화, 전후 경제 재건 프로그램 등이 될 전망이다. 반면 이스라엘이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온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세력 문제는 협상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새로운 의제를 추가하려면 반드시 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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