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00억 안팎 기업 ‘1인 다역’
주주 공시 강화에 업무 가중 한숨
“주주는 계속 바뀌는데 소통은 늘리라고 합니다.”
정부가 밸류업과 주주권익 강화를 위해 상장사들의 주주 소통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 영문공시 확대와 주주총회 표결결과 공시 의무화, 임원보수 공시 강화에 더해 2027년 전자주주총회 도입 준비까지 겹치면서 기업설명(IR) 담당자들의 실무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주가 두 달에 한 번꼴로 바뀌는 코스닥 시장 구조다. 주주가 수시로 바뀌니 이 같은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되는 형국이다.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으로 소송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현장에서는 “할 일은 늘어나는데 사람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공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주주총회 의안별 찬성률 등 표결결과 공시가 의무화된다. 임원보수 공시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영문공시는 2028년 대형 코스닥 상장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조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형 코스닥 기업들은 전담 IR 조직을 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가총액 수조원대 기업들이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상당수 중소형 코스닥 기업들은 인사·총무·경영지원 담당자가 IR 업무까지 겸하는 등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 기업들은 IR 전담 조직을 별도로 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인사·총무 등 본래 업무를 담당하면서 IR까지 맡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영문공시 확대와 주주 대응 업무까지 늘어나면서 현장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실적 발표와 공시 대응이 IR 업무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주주 제안 대응, 의결권 확보, 배당 정책 설명 등 주주 소통 업무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기업들이 특히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늘어나는 주주 소통 요구와 실제 시장 구조 사이의 괴리다. 코스닥협회는 최근 상장사 IR·공시 담당자 간담회에서 “주주는 계속 바뀌는데,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기준 회전율은 2021년 710.55%, 2022년 461.19%, 2023년 607.92%, 2024년 522.30%, 2025년 439.68%를 기록했다. 주식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교체가 빈번하다는 의미다. 최근 5년 평균은 548.33%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주주가 1년에 평균 5.4차례 바뀌는 셈이다.
코스닥협회는 이를 두고 “주주가 두 달에 한 번꼴로 교체되는 시장”이라며 “주주는 계속 바뀌는데 기업들은 주주총회 의결권도 확보해야 하고 배당 관련 문의에도 대응해야 한다.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라는 요구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도입된 이사의 충실의무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닥협회는 “소액주주들의 문제 제기와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에는 공시와 IR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법률 리스크와 소송 대응까지 실무진이 고민해야 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하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