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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한때 ‘브로맨스’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관계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2017년 바스티유데이 군사 퍼레이드에서 과시하듯 악수를 나눴던 두 정상은 이제 이란과 우크라이나,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사이가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6일부터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한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처음 열리는 주요 다자 정상회의인 만큼 관세 및 중동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프랑스에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디지털서비스세(DST) 폐지를 요구하면서 관세폭탄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대중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며 “그렇게 할 경우 프랑스산 샴페인과 와인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ST는 다국적 기업이 외국 지사를 법인세가 낮은 지역으로 옮겨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프랑스는 지난 2019년부터 아마존, 메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프랑스에서 올린 매출에 3%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DST를 통해 거둔 세수는 약 7억 달러(약 1조5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미국과 DST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DST에 대한 미국의 반발은 누그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트럼프 1기 초반만 해도 대표적인 친분 관계로 주목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을 프랑스 혁명기념일 행사에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본떠 미국에서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추진했다.
그러나 관계는 점차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나토(NATO) 동맹국들을 향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최근에는 이란 공습과 그린란드 편입 주장까지 내놓으며 유럽 정상들과의 갈등을 키웠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특히 이란 문제는 양측의 가장 큰 충돌 지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가 다르게 협상과 군사행동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두고 “진지하게 행동하려면 전날 했던 말과 정반대되는 말을 매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에마뉘엘은 항상 틀린다”고 조롱한 바 있다.
양측의 신경전은 사적인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FT에 따르면 두 정상은 여전히 정기적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올해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나눈 개인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친구여, 우리는 시리아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하고 이란 문제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협력을 제안했다. 동시에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서는 “당신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여전히 ‘트럼프 설득론’을 버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유럽 담당 전무는 “마크롱은 트럼프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거나 조롱해도 거의 대응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몇 안 되는 유럽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응 전략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막스 베르그만 소장은 “2025년에는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를 달래려는 전략을 취했지만 2026년에는 그런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유럽 지도자들에게는 오히려 트럼프에 맞서는 모습이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프랑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파리 외교가에서는 지난해 캐나다 G7 정상회의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 도중 자리를 뜨거나 공동성명을 거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의제를 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정상회의 개막 일정도 일부 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람한 뒤 프랑스로 향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서로를 불편해하면서도 완전히 등을 돌리기는 어려운 관계라고 평가한다.
중동연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핵 문제,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 등 주요 현안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협력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FT는 “브로맨스는 사라졌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마지못한 존중이 남아 있다”는 유럽 당국자의 평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