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완화땐 플랜트 현대화·투자 확대
“실제진출엔 시간 필요” 신중론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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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전후 복구 수요 확대와 에너지 인프라 재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 재건 수요처로 꼽히는 이란은 미국의 제재 완화 수위가 가장 큰 변수다. 건설사들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방향에 따라 재건 시장 규모,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소식에 따라 재건 사업에 따른 기회 요인을 살펴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분석 결과 중동전쟁으로 피해를 본 에너지 파이프라인은 80곳(4월 15일 기준)을 웃돈다. 관련 에너지 시설을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580억달러(약 8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복구사업의 경우, 기존 시공 경험을 가진 업체가 유리하다는 점은 국내 건설사에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정유·가스 플랜트는 설비 구조가 복잡하고 공정 간 연결성이 높아 긴급 복구가 필요할 경우 기존 설계와 시공 내용을 파악한 원시공자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 주요국에서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행해왔다. 현대건설, 삼성E&A,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이 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다수의 시공 경험을 쌓았다.
특히 중동 전쟁 이후 해외수주도 타격을 입은 만큼 종전 이후 그간의 감소 폭을 만회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해외건설협회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국내 건설업계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5억6131만달러에 그쳤다. 전체 해외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6%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동 수주액이 56억5174만달러로 전체의 48.5%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수주액이 1년 새 약 90% 급감한 것이다.
업계는 이란 시장의 개방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장기간 미국 제재로 정유·석유화학·가스 처리 설비 투자가 지연돼 왔다. 제재가 완화될 경우 단순 전쟁 피해 복구를 넘어 노후 플랜트 개보수, 설비 현대화, 신규 에너지 인프라 확충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오랜 기간 제재를 받으면서 화학설비, 정유설비, 석유화학 플랜트 등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됐다”며 “제재가 풀릴 경우 기존 인프라 보수와 현대화 수요가 상당히 클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 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신중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종전 합의 이후 양국 간 MOU 체결과 후속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실제 제재 완화, 금융거래 정상화, 발주 재개까지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당시에도 국내 기업들은 이란 진출을 검토했지만,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상당수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산됐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2015년 핵합의 당시에도 실제 기업들이 움직이기까지 2년 6개월~3년 가량이 걸렸다”며 “이번에도 종전 합의만으로 국내 기업들이 곧바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사태를 좀 더 꼼꼼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도 지연됐던 프로젝트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이란 제재 완화는 협상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이란 제재 해제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란 외 중동 지역에 대해서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을 통한 금융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전체 차원에서 국내 기업의 중동 수주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을 제외한 중동 지역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규모는 크지 않다. 국내 건설사가 과거 시공한 주요 에너지 시설 가운데 직접적인 피해가 확인된 곳도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성현·홍승희 기자




